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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는 왜 승자가 받아야 할까?

갖은 노력을 다해 뭔가를 쟁취했으므로 이제 좋은 일만 생길 줄 알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나쁜 일만 생기는 상황. 바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입니다.

승자가 내리는 저주가 아니라 승자가 받는 저주입니다.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그의 책 「승자의 저주-경제 현상의 패러독스와 행동경제학」에서 소개했는데요,

경매에서 이겨 승자가 되었지만 말이 승자이지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현상을 일컬어 승자의 저주라고 표현했습니다.

승자의 저주

승자의 저주 현상이란?

일반적으로 경매는 최고가로 입찰한 사람에게 낙찰되죠. 최고가를 쓴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경매 참가자가 늘어나면 낙찰 받기 위해 참가자들이 취하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입찰가를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낙찰 받는 물건의 가치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쓰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낙찰을 받아 승자가 되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손해입니다.

1950년대 미국 택사스 주에서 원유 시추권을 얻기 위한 경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높은 가격으로 시추권을 따내기는 했지만, 실제로 시추를 하고 보니 원유 매장량의 가치는 입찰 가격에 미치지 못했던 거죠.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는 두 가지 조건

리처드 탈러는 경매에서 낙찰자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현상을 승자의 저주라고 표현하면서 경매라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설명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매에서 항상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승자의 저주는 2가지 조건이 있을 때 일어납니다.

  1. 경매로 얻고자 하는 물건 또는 인수하려는 물건(기업, 주식, 부동산, 시추권, 기타 등등)의 가치가 다른 경쟁자에게도 동일한 가치(common value)여야 하고,
  2. 그 가치를 아무도 정확하게는 몰라야 합니다.

모두가 인수하려는 물건의 객관적 가치를 알 수 있다면, 승자의 저주 현상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데, 그 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매 참가자나 인수하려는 경쟁자마다 물건에 대해 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면 승자의 저주 현상은 생기지 않습니다. 소더비 경매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소더비 경매에서 어떤 예술 작품이 몇 백 억에 낙찰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하죠.

몇 백 억에 그 예술 작품을 소장하게된 낙찰자는 승자의 저주에 빠진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저같은 사람과는 다르게 그에게는 그 작품을 소장한다는 가치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므로 그가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승자의 저주가 일어날 수 있는 영역

경매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 활동에서 승자의 저주 현상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수하려는 기업의 적정가치를 초과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인수한다면 기업의 실적을 키우려는 원래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손실이 누적될 수도 있습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승자의 저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어떤(?) 정보를 입수하고 주식을 매수 했지만, 그 정보가 작전 세력이 의도적으로 푼 정보라면 매수한 주식은 속절 없이 떨어질 일만 남게 됩니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인도 부동산 투기의 기회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그 기회를 잡으려 하던 시절, 지인 중 한 분이 ‘막차 탔다’는 표현을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격이 가장 높았을 때 산 후 손해를 보고 매도 하려고 해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매입한 땅을 보유해야 하는 상황을 ‘막차 탔다’라고 표현한 것인데, 승자의 저주와 같은 상황입니다.

최근의 추세로 보면 승자의 저주 사례는 주로 기업 인수·합병 영역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원유 시추권과 관련된 사례도 그렇고…,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희생자는 주로 기업입니다.

그러나 일반 개인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죠. 승자의 저주를 피해가는 길은 얻으려는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그 가치가 얼마인지 잘 모르겠다면, 그냥 피하세요. 주식의 적정가치를 잘 모르겠다면 투자 하지 마세요. 부동산의 향후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이 없다면, 투자 하지 않는 것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