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한국경제에 초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하이퍼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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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은 우리 말로는 초(超)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보통의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초월적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중에서도 최악이었다고 하는 2차 세계 대전 후의 헝가리에서는 인플레이션 율이 억 단위도 아니고 조 단위도 아닌 1 뒤에 0이 26개가 붙는 퍼센트였다고 하니, 살인적 수준의 인플레이션입니다.

‘살인적’이라는 형용사를 경제 용어로 붙이기는 뭐하니까 ‘초’라는 말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1차 대전 후 독일의 경우에는 하루에 2번 일당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공장주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하도 심해 반나절이면 물건 값이 2배 가까이 뛰기에 오르는 물건 값에 대응하기 위해 일당을 두 번에 나누어 지급했다는 것이니, 경제가 초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경제학 학계에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개 월 인플레이션이 50% 이상이거나 연 인플레이션이 200% 이상인 상황을 하이퍼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면 벌어지는 일

한 나라가 초인플레이션 상태에 빠지면 단순히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오른다는 문제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가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오르고 그 나라 화폐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휴지 조각이 됩니다.

생산은 축소되고 투자도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생산이 되지 않으니 물자 부족은 더 심해져 또 다시 가격이 인상되는 악순환에 들어섭니다.

생산도 안되고 투자도 안되니 실업이 만연해지고, 나라 경제의 지출을 가능하게 할 조세 수입도 거의 없게 됩니다.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고 조세 수입도 없으니, 정부는 국채 이자 지급, 연금 지급, 정부 공무원 월급 지급 등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외채라도 들여 올 수 있으면 숨통이라도 트이겠지만, 이런 상황에 어떤 나라가 선뜻 외채를 주겠다고 할까요? 오히려 기존에 있던 외채를 지금 당장 갚으라고 독촉할 것입니다.

초 인플레이션을 겪는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마주 하면 돈을 마구 찍어내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돈을 갚기 위해 돈을 찍어 내는 것을 ‘통화 증발’이라고 하는데요, 아래에서 살펴볼 초 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들은 이런 상황에서 예외 없이 통화 증발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사례

하이퍼인플레이션 사례는 세계 대전 이후의 유럽, 세계 대전 이후에는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5가지 사례에 대해 알아 살펴 보겠습니다.

1. 1차 세계 대전 후 독일

인플레이션 율이 제일 높을 때는 월 29,500%에 이를 정도 였습니다. 1923년 당시 독일은 정확히는 독일이 아니라 바이마르 공화국이었으므로 바이마르(Weimar) 공화국 사례라고 서술하는 글도 많습니다.

매 시간 오르는 물가를 쫓기 위해서 하루에 두 번 일당을 나누어 지급해야 할 정도 였고, 떨어질대로 떨어진 화폐 가치는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한 수레분의 지폐가 필요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겪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파탄난 경제로 인해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사회 분위기는 우경화 되고, 이를 기반으로 히틀러라는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는 1923년이지만, 1차 대전에 패배한 직후인 1919년 부터 꽤 높은 인플레이션이 시달렸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져 통제 불능의 상태에 도달하도록 결정타를 입힌 것은 전쟁 배상금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독일 국민 총생산 2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고 하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프랑스와 벨기에가 당시 독일의 핵심 산업 지역이었던 루르(Ruhr) 지역을 점령하여 전쟁 배상금을 물자로 대신 받아가려 함으로써 당시 독일 경제는 정지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에 전쟁 배상금까지 갚아야 하니 당시 독일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은 통화 증발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증발은 하이퍼인프레이션으로 연결되는 직항로입니다.

2. 2차 대전 후 헝가리

1945년에서 1946년 사이에 일어났던 헝가리 사례는 바이마르 공화국 사례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매 15시간 마다 물건 값이 두 배가 되었다고 하니, 이런 상태로 연 말이 되면 조나 경 단위를 넘어 이름을 붙이기도 힘든 퍼센트 단위로 물가가 뛰게 됩니다.

당시 헝가리에서 초인플레이션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바이마르 공화국 사례와 비슷합니다.

2차 대전으로 파괴된 생산 기반은 물건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외국의 지원이 있어도 경제가 살아날 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전쟁 배상금을 내야 하는 의무까지 겹치자 선택지는 통화 증발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경제 기반으로 뒷 받침 할 수 없는 통화 증발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기 마련입니다.

3. 1985-1986년 볼리비아

볼리비아 사례는 헝가리나 독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전쟁 배상금 문제가 아니라 외채 문제로 인해 촉발되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1997년 우리나라가 겪은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볼리비아에서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와 달랐던 점은 우리나라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였지만, 불가리아는 대신 통화 증발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IMF 구제금융도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와 중산층 몰락 그리고 부의 불평등 문제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 폐해라는 문제를 드러낸 것에서 보듯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어 경제 파탄에 이르는 사태를 막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볼리비아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4. 2008년 짐바브웨

식량 부족으로 시작된 물가 상승에 연료, 의료기기 부족, 외국 자본 철수 사태가 겹치차 짐바부웨 무가베 정부는 통화 증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당연히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들어서게 됩니다.

화폐 가치가 떨어져 기존의 지폐로는 감당이 되지 않자 100조 짜리 지폐가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짐바브웨에서 하이퍼인플레인션이 일어나게 된 핵심 원인은 계획적이지 못했던 토지 국유화와 무상분배를 들 수 있습니다.

농업 국가 였던 짐바브웨에서 농업은 외국인 지주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이었던 무가베(Robert Mugabe)는 토지를 국유화 하여 자국민에게 무상으로 분배하죠.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정치인은 좋은 의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국유화로 인해 외국인 지주만 떠난 것이 아니라 외국 자본도 떠납니다. 외국 자본의 철수와 함께 또 한 가지 문제는 무상으로 토지를 분배받는 짐바브웨 국민은 합당한 농업 기술을 전수 받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땅은 분배 받았지만 식량 생산을 제대로 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가뭄이 겹치면서 식량에서 부터 시작하여 물자 부족이 시작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입니다. 동시에 외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무가베 정부는 돈을 찍어내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전형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5.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2021년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좌파 정권이었던 우고 차베스 사후 2014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사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서방 세계의 보수파가 진보 또는 좌파 정책을 비난하기 위한 용도로 자주 인용됩니다.

이유는 석유 매장량 1위라는 부의 조건을 가졌던 나라가 차베스와 차베스 이후 정권을 이어 받은 좌파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거쳐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보수파의 시각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살펴 보겠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발생 원인

앞에서 본 사례를 보면 공통적인 것이 하나 있습니다. 통화 증발!

그러나, 공통 사항이 통화 증발이라고 해서 이를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마치 기침이 나서 병원을 찾았더니 ‘당신 병의 원인은 기침입니다’라는 진단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공통 사항은 통화 증발이지만, 볼리비아 사례를 제외 하고는 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이었습니다. 통화 증발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통화 증발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하이퍼인플레이션 진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실제 원인은 경제 파탄입니다. 경제 파탄의 양상은 조금 씩 다를 수 있습니다. 독일과 헝가리의 경우는 생산 기반 파괴와 전쟁 배상금, 볼리비아는 경상 수지 적자 누적과 외환 위기, 짐바브웨는 치밀하지 못했던 토지 국유화로 인한 농업 기반 파괴와 외환 위기가 원인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무능한 정부가 이유의 한 축이라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 되겠지만, 나라 경제의 90% 정도가 석유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 부패, 그리고 미국과의 갈등 또한 핵심 원인 이었다는 점을 부정해서도 안됩니다.

참고: 한계레: 석유부국 베네수엘라 파탄이 ‘무상복지’ 탓이라고요?

지금까지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이고, 5가시 사례와 발생 원인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보수파는 복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하이퍼인플레이션 공포를 들고 나오기도 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하이퍼인플레이션 발생 원인은 정부가 단순히 확장 재정정책을 편다고 해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경상 수지 적자가 누적되거나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를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절대 피해야 할 현상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경제가 돌아가고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진 정부라면 피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복지 정책이나 재난적 상황에서의 확장 재정정책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는 건 공포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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