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脣亡齒寒)
- 脣: 입술 순
- 亡: 망할 망, 잃을 망
- 齒: 이 치
- 寒: 찰 한
순망치한 뜻
순망치한은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를 비유하기 위해 씁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는 수많은 나라가 강대국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요, 진(晉)나라와 인접했던 약소국 괵나라와 우나라도 일찌감취 의해 일찌감치 패망한 나라입니다.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는 순망치한 관계에 있는 나라였습니다. 어느 한 나라가 망하면 다른 하나도 망할 수 밖에 없는, 운명적으로 서로의 생존을 도와야 하는 관계였습니다.
춘추전국시대는 수많은 나라가 명멸한 만큼 치열한 외교전도 중요했던 시기입니다. 춘추 시대의 외교적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순망치한입니다.
인접한 국가끼리 순망치한의 관계임을 강조하여 다른 나라의 침략에 대해 서로 돕는 관계를 유지했던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의 후반기인 전국시대의 외교 전략은 원교근공(遠交近攻)과 합종연횡(合從連橫)으로 바뀝니다.
원교근공은 먼나라와 협조하여 인접한 나라를 공격하는 전략이고, 합종연횡은 이해관계에 따라 종으로 또는 횡으로 연합하는 전략입니다.
순망치한의 외교는 방어적인 반면 원교근공이나 합종연횡은 공격적입니다.
순망치한 유래
출처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중 춘추시대를 다룬 역사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희공 5년조입니다.
등장인물은 춘추시대 강대국 중의 하나 였던 진(晉)나라의 왕 헌공(獻公), 진나라 신하 순식(筍息), 약소국 괵(虢)나라 신하 주지교(舟之橋), 또 다른 약소국 우(虞)나라 신하 궁지기(宮之奇)입니다.
괵나라가 진(晉) 나라 남쪽 국경을 자주 침략하자 진 헌공은 괵을 멸할 계책을 신하들에게 물었습니다.
이에 순식이 전반적인 형세를 진단하며 다음과 같은 계책을 올립니다.
“괵나라를 치면 우나라가 괵 나라를 도울 것이고 우나라를 치면 괵나라가 우나라를 도울 것이니, 둘 중 어느 하나를 치더라도 결국은 두 나라와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습니다.
괵과 우가 비록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두 나라와 동시에 전쟁을 벌여 이기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먼저 괵이 뇌물과 함께 미인계를 써서 괵나라 왕이 국사를 등한시 하게 한 후 견융을 충동하여 괵을 치게 합니다.
이때 우리가 괵의 변방에서 심기를 건드리면 괵나라 군사는 우리를 욕할 것입니다. 이를 명분으로 하여 우나라에게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우나라 왕에게도 진귀한 보물을 뇌물로 주면 의심하지 않고 길을 빌려 줄 것입니다.
우나라를 통과하여 괵나라를 친 후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를 치면 차례로 괵과 우를 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진나라는 순식의 계책대로 실행하여 괵과 우를 멸망시킵니다.
괵나라와 우나라에도 물론 인재는 있었습니다.
괵나라의 주지교는 진나라가 보낸 뇌물과 미인이 미끼임이 분명하니 받으면 안된다고 왕에게 충언을 고했습니다.
우나라의 궁지기는 다음과 같이 순망치한의 유래가 되는 충언을 합니다.
“옛말에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순망치한)’는 말이 있는데, 괵나라가 입술(脣) 우나라가 이(齒)에 해당합니다. 괵나라가 무너지면 그 영향이 우나라에까지 영향을 주어 우나라도 망하고 말 것이니 길을 빌려주면 안됩니다.”
괵나라 왕도 우나라 왕도 두 충신의 간언을 무시하고 진나가가 보낸 진귀한 뇌물에 눈이 멀어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고 맙니다. 지도자가 충신의 간언을 듣지 않으면 그 조직은 망조에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순망치한은 중국 춘추시대의 괵나라와 우나라가 유지해야 했던 관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약자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성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