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효과는 시장(市場)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시장안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내부적인 문제이지만, 모든 경제학자가 다 ‘외부’효과라고 하니 이 명칭을 따를 도리밖에는 없습니다.
명칭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외부효과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본 후 외부효과 사례와 외부효과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외부효과란?
외부효과(externality)란 경제주체가 수행한 행위로 그 행위에 참여하지도 않은 제3자가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얻지만, 그 행위를 한 경제 주체는 손해를 입힌데 대해 배상을 하거나 이득을 준 것에 대해 보상을 받지 않는 현상입니다.
외부효과는 다시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와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로 나뉩니다. 전자는 제3자가 손해를 입는 경우(외부비용이 발생한 경우)에, 후자는 제3자가 이익을 보는 경우(외부편익이 발생한 경우)에 붙이는 이름입니다.
긍정적 외부효과를 외부경제 라고도 하고 부정적 외부효과를 외부불경제라고도 하지만, 외부경제는 용산 전자 상가나 청계천 공구 시장처럼 유사한 회사가 한 곳에 모여 고객 유치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리거나 공급처 관리가 수월해지는 장점이 생기는 효과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이기 때문에 외부경제나 외부불경제라는 용어 보다는 긍정적 외부효과와 부정적 외부효과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외부효과라고 하여 외부 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보다는 자본주의의 핵심인 시장은 효율적이다 라는 전제가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자율적인 시장 기능의 바깥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외부효과가 생기면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게 되거든요.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게 된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효율적인 경우에 생산되는 최적 생산량 보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많이 긍정적 외부효과는 적게 생산된다는 것인데요, 외부효과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면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부효과 사례
외부효과를 보여 주는 사례는 많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세일가스 추출과 지하수 오염이라는 부정적 외부효과입니다.
세일가스 추출 회사는 수압파쇄법이라는 새로운 추출 방식 등장 덕분이 추출 비용을 상당히 낮출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하나 있긴 했는데, 그것은 수압파쇄법을 쓸 때 들어가는 화학 재료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된다는 것이었죠.
지하수 오염으로 인근 주민은 큰 피해를 입게 되지만 세일가스 추출 회사는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세일가스 추출을 멈추지 않을 것이므로 정부의 개입이나 소송이 아니라면 인근 주민의 피해에 대한 보상은 난망한 채 지하수 오염 문제가 지속될 것입니다.
이 경우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효율적이라면 세일가스 추출을 줄여 지하수 오염을 줄이겠지만, 시장이 알아서 이런 자율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세일가스 추출량은 시장이 효율적인 상황보다는 더 많이 추출되게 됩니다.
부정적 외부효과의 사례는 많습니다. 종이 제지회사의 다이옥신 방출로 인한 악취와 산성비 문제를 일으키는 것, 음주운전이나 운전 중 통화로 인해 제 3자가 사고를 당하는 일,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 공유지의 비극으로 대표되는 자연자원의 남용으로 인한 자원 고갈 등이 부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헬스장 출입이 초래하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언급된 적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사례인데요, 지역 경기를 활성화 하기 위해 헬스장 영업을 허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허용하는 경우에 감염자 증가로 인해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긍정적 외부효과 사례도 살펴 볼까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부정적 외부효과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외부효과 사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긍정적 외부효과입니다. 본인의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염할 가능성도 낮추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본인의 백신접종에 대해 다른 사람이 금전적 보상을 해 주는 것은 아니니까 긍정적 외부효과라고 할만 합니다.
교육도 긍정적 외부효과 사례에 해당합니다. 교육을 통해 일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되니 기업이 혜택을 입지만 기업이 교육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원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신기술 개발이나 지식 창조는 관련 없는 사람도 신기술이나 새로운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생기고 동종 업계의 적용과 개선을 초래할 것이므로 긍정적 외부효과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외부효과 문제의 핵심은 시장실패
주류 경제학은 경제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도 사회 전체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효율적인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고 봅니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지점에서 형성되는 시장 가격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배경입니다. 그러나 외부효과가 끼어들면 시장의 효율성은 허물어 집니다. 시장의 효율성이 무너지는 것을 시장실패라고 하죠.
앞서 예로 든 세일가스 추출도 정부의 개입이나 소송이 없다면 적정 추출량 보다 더 많이 추출하게 됨으로써 시장실패로 연결됩니다. 시장이 효율성을 회복하려면 지하수 오염에 따른 인근 주민 피해 발생이라는 외부비용을 세일가스 추출회사가 지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추출량이 줄어들게 되어 지하수 오염도 줄어들고 세일가스 회사가 부담한 비용으로 인근 주민에게 보상도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부정적 외부효과가 초래하는 시장실패는 사회적으로 적정한 생산량(시장 효율성이 이루어지는 생산량)보다 더 많이 생산(추출)하는 것입니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부정적 외부효과와는 반대 방향으로 시장실패로 연결되는데요, 앞에서 예로든 교육이라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통해 부정적 외부효과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 보겠습니다.
한 나라의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교육 수준과 부자 나라의 교육 수준을 비교해 보면 명확해 집니다. 교육은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의무교육 수준을 높여 왔는데요, 의무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지원금이 필요합니다. 지원이 없다면 의무교육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에 못미치는 거죠. 즉 적정한 생산량 보다 더 적게 생산되는 것이 긍정적 외부효과의 문제입니다.
부정적 외부효과가 시장실패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긍정적 외부효과 마저 시장실패라고 하는 건 이해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이란 단어와 ‘실패’라는 단어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기는 하죠.
그러나 경제학의 눈으로 보면 긍정적 외부효과도 시장 효율성 달성에 실패한 사례입니다.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효율적인 상태보다 덜 생산되니까요.
외부효과의 내부화(Internalize Externality)
외부효과가 일으키는 문제는 시장실패이라는 것을 앞에서 알아보았는데요, 이제는 어떻게 이 시장실패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부정적 외부효과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정부에 의한 강제 조치입니다. 오염을 발생시키는 공장에 폐쇄 명령을 내린다든지 아니면 폐쇄는 너무하니까 공장 가동 제한 따위의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강제 조치로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강제 조치는 언제나 반발을 초래하기 마련이죠. 자율성을 어느 정도 끌어낼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자율성을 끌어낼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외부효과의 내부화라고 합니다. 약간의 개입을 통해 시장 기능이 다시 작동하도록 하여 시장 효율성을 다시 달성하도록 하는 해결 방법입니다.
외부효과를 내부화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3가지 정도가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 코즈의 정리
- 피구세
- 오염배출권(탄소배출권)
#1 코즈의 정리
코즈의 정리는 Ronald Coase라는 영국 경제학자가 증기철도 회사와 밀경작 농가와의 분쟁을 예로 들면서 설명한 내용입니다. 정부의 개입이 없어도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증기로 운행하는 기차는 커브 길을 돌면서 속도를 줄이는데 이때 바퀴와 철로의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불꽃이 인근 밀 경작지에 화재를 일으켜 밀 경작 농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이때 밀 경작 농가가 피해액을 산정하여 증기철도 회사와 협상함으로써 두 주체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코즈의 정리입니다.
협상이 쉽지 않겠지만 일단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문제는 협상 비용입니다. 협상 비용이 얼마 들지 않는다면 코즈의 정리대로 두 주체가 협상하여 증기 철도 운행 횟수를 줄인다든지, 회사가 농가에게 피해액을 보상한다든지 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협상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원활하지 않은 협상은 행정 기관의 중재가 필요하거나 법적 소송이 필요합니다. 법적 소송으로의 비화는 만만치 않은 협상 비용을 의미하고요.
따라서 외부효과는 민간의 협상으로 해결가능하다는 코즈의 정리 자체를 버릴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만만찮은 소송 비용이 드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코즈의 정리대로 외부효과가 해결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결국 외부효과를 내부화 하여 해결하는 데는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입니다. 정부 개입에 의해 외부효과를 내부화 하는 방법으로 피구세와 오염배출권 거래가 대표적인데요, 차례로 알아 보겠습니다.
#2 피구세(Pigouvian Tax)
부정적 외부효과가 초래하는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도입되는 방법은 부정적 외부효과를 초래하는 경제주체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이때 부과하는 세금이 피구세입니다.
피구세는 외부효과라는 개념을 발전시킨 영국 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Arthur Cecil Pigou)의 이름을 딴 것인데요, 피구세 대신 그 의미를 살려서 교정적 조세(Corrective Tax)라고도 합니다.
피구세가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생산 비용이 추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즉, 환경 오염 생산 물질의 생산을 줄이게 되는 것이지요.
앞서 부정적 외부효과의 문제는 시장 효율성을 달성 하는 수준보다 더 많이 생산되는 것인데, 피구세를 부과하면 시장 기능이 작동하여 환경 오염 물질이 덜 생산되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 외부효과에 대해서도 피구세는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다만, 피구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외부효과를 발생하는 경제 주체에 대해 피구 보조금(Pigouvian Subsidy)을 지급하는 것만 다를 뿐입니다.
교육을 예로 들면 의무교육을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피구 보조금이라 할 수 있겠네요.
#3 오염배출권
오염배출권이란 이름 보다는 탄소배출권이란 이름이 사실 더 익숙한데요,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염배출권이든 탄소배출권이든 이름의 차이만 있을 뿐 내용은 동일합니다.
탄소배출권이 부정적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하여 탄소 배출 기업이 적정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하도록 제어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탄소배출권이라는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가 시장에서 유통되도록 탄소배출권 시장을 정부가 만들면 탄소 배출 기업은 이 탄소배출권을 구입하여 탄소를 배출할 수 있게 됩니다.
친환경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거나 구입하더라도 적게 구입해도 되지만, 탄소 배출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많이 구입해야 합니다.
탄소배출권 구입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므로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탄소배출권 구입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밖에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회 전체적으로는 적정한 생산량 수준에 근접하게 될 것입니다.
외부효과 내부화는 완전한 해결 방법인가?
오염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란 것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개념은 상식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오염 배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느낌을 주니까요.
사실 어느 정도 자유롭게 허용하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외부효과의 내부화가 의미하는 것이 외부효과 자체를 박멸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적정한 생산량 즉, 시장 효율성이 달성되는 생산량 보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많이 긍정적 외부효과는 적게 생산되도록 하는 것의 문제입니다.
결국 외부효과 문제의 해결은 사회적으로 적정한 생산량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외부효과가 초래한 시장실패도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효율성이 달성되지 않는 수준으로 생산된다는 의미에서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환경오염의 완전한 해결은 경제학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다른 차원의 문제죠. 경제학은 적정한 수준의 환경오염을 고민합니다. 이점을 이해한다면 탄소배출권 시장을 통해 적정한 오염 수준을 정한다는 개념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부효과를 내부화 하는데 탄소배출권이 더 효율적인지 피구세가 더 효율적인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탄소배출권은 어느 정도의 수량이 유통되어야 시장 효율성이 달성될 것인지, 피구세의 경우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세금을 부과해야 시장 효율성이 달성될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피구세나 탄소배출권이 외부효과를 내부화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의문점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구세를 너무 높게 부과한다면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보다는 적게 생산될 수 있고, 낮게 부과된다면 적정 수준보다 여전히 더 많이 생산될 것입니다.
탄소배출권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유통된다면 적정한 수준보다 여전히 더 많은 오염 문제가 생길 것이고, 너무 적게 유통된다면 적정한 수준보다 부족한 오염 수준이 결정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