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은 기업을 분할하는 두 가지 방법입니다. 기업이 잘 나가던 (혹은 더 이상 잘 나나가지 않는) 기업을 분할하는 이유는 분할하면 뭔가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기업은 분할을 할 때 어느 것이 유리하냐에 따라 인적분할을 선택하거나 물적분할을 선택하는 결정을 할 것입니다.
분할된 회사는 원래 회사와는 다른 이름을 쓸 수도 있지만, 원래 회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분할된 회사 중 하나는 원래 회사의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1년 신세계가 백화점 사업은 신세계라는 이름으로 존속시키고 대형마트 사업은 분리하여 이마트라는 독립 법인으로 만들어 독자적인 사업을 해 나가도록 한 인적분할이 그런 경우 입니다.
인적분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물적분할을 할 것인지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차이를 이해하고 장·단점을 따져서 결론이 날 것입니다. 일단 인적분할이 무엇이고 물적분할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두 분할의 차이를 알면 이해가 되기 때문에 먼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차이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차이
원래의 회사(K회사)를 분할 하여 A회사와 B회사를 만든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인적분할을 하는 경우 K회사의 주주는 분할 후 A회사와 B회사 모두에 대해 주식을 교부 받게 되는 반면, 물적분할을 하면 분할 후 A회사 아니면 B회사 둘 중의 한 회사의 주식만 교부 받습니다.
물적분할은 분할 후 A회사가 B회사를 또는 B회사가 A회사를 100% 소유하는 형태의 기업분할입니다. A회사가 B회사를 소유하는 형태의 물적분할이라면 K회사 주주는 분할 후 A회사 주식만 교부 받게 됩니다. B회가 A회사를 소유하는 식의 물적분할이라면 B회사 주식만 교부 받게 되겠지요.
인적분할의 경우 K회사의 주주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만큼 A회사와 B회사 모두에 대해서 갖게 됩니다. 예컨대 당신이 K회사에 대해 10%의 지분이 있다면 인적분할 후에는 A회사 지분도 10% B회사 지분도 10%를 갖게 됩니다.
K회사가 자기주식(자사주)을 보유하고 있다면 자사주 비율 만큼 지분이 희석되기는 하지만, 원칙은 K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지분 그대로 A회사와 B회사에 대해서도 유지되는 분할 방식이 인적분할입니다.
따라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차이는 원래 회사의 주주가 분할 후 설립되는 회사 모두에 대해 원래의 지분을 그대로 갖는 지와 원래 회사 주주가 분할 후 설립되는 모회사 주식만 교부 받는가의 차이에 있습니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장·단점
소액주주의 입장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알아 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알아 보기로 하겠습니다.
분할 후 상장 과정의 편리성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분할 후 설립 하는 회사에 대해 변경 상장이나 재상장이 가능한 반면,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분할 후 설립되는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100% 지배하므로 지배되는 자회사는 비공개 회사가 되어 상장 폐지 후 신규 상장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분할 후 상장하는 과정은 인적분할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할 후 설립하는 회사 수
분할 후 설립하는 회사 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은 인적분할이 가진 장점입니다.
물적분할은 A회사가 B회사를 또는 B회사가 A회사를 100% 지배해야 하기 때문에 분할 후 둘 이상의 회사를 설립하려면 모회사, 자회사, 손자회사의 형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원래 회사를 분할 하여 두 개의 회사를 설립합니다.
반면에 인적분할은 분할 후 손자회사를 만들 필요 없이 여러 개의 회사로 분할할 수 있습니다.
2001년에 시작되어 2002년에 완성된 LG 화학의 인적분할은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분할 후 두 개 이상의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점이 LG 화학이 인적분할을 하여 LGCI, LG화학, LG생활건강, 세 개의 회사로 분리 독립했던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입니다.
분할의 속도와 자금
기업분할 속도와 자금 면에서는 물적분할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인적분할의 경우 분할 후 존속회사가 지주회사가 되고 신설 법인은 자회사가 되는 경우 자회사가 상장 법인이면 20%, 비상장 법인이면 4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분 확보를 위해서 현금이 필요합니다.
또한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 매수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반면, 물적분할에는 이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앞에서 물적분할은 상장 폐지 후 신규 상장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건 역으로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규 상장 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IPO(기업 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분할을 하는 3가지 각각 다른 이유
기업분할은 기업 합병의 반대입니다. 하나의 기업을 둘 또는 둘 이상으로 나누는 것이 기업분할인 반면, 기업 합병은 둘 이상의 기업을 합치니까요.
기업 합병을 하는 이유로 많이 들어본 이야기는 아마도 시너지(synerge) 효과일 것입니다. 합병을 할 때 해당 기업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합병함으로써 1+1=2가 아니라 2를 초과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기업 분할은 합병과는 반대로 기업을 쪼개는 것이니 역(逆)시너지 효과가 나므로 손해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1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한 분할
몸집이 비대해지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 하는게 힘들어 집니다. 때로는 관련성이 없는 사업 부문, 예를 들어 유통과 전자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느라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때에는 차라리 사업 부문을 분리하여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문성과 효율성을 추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업분할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사업 부문을 독립시킴으로써 비대해진 조직과 운영을 날렵하게 하고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2003년 신세계를 백화점 사업을 하는 신세계와 대형마트 사업을 하는 이마트로 분할한 것은 첫 번째 이유의 예라 할 만합니다.
#2 사업 부문 매각
두 번째 이유는 사업 부문 매각을 위해서입니다. 특정 사업 부문의 효율성이 의심되어 매각하려고 한다면 해당 사업 부문을 분할하여 별개의 법인을 만든 후 매각할 수 있게 됩니다.
#3 재벌 순환출자 문제를 지주회사 설립으로 해결
세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특징적으로 보여 주는 현상인데요,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진 재벌의 순환출자 문제를 지주회사를 만들어서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순환출자는 A회사가 B회사의 지분을 갖고 B회사는 C회사의 지분을 갖고 C회사는 다시 A회사의 지분을 갖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말합니다.
아주 작은 지분만으로도 상호 지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작은 지분 만으로도 지배권을 가진다는 장점은 역으로 적대적 M&A에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합니다.
2003년도에 해외펀드 소버린(Sovereign)이 SK(주)를 적대적 M&A를 통해 SK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은 작은 지분으로 지배권을 확보했던 단점 때문이었습니다.
순환출자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재벌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이었습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과정
2001년에 시작하여 2002년에 일차적으로 완성한 LG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탈피는 바로 인적분할을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LG 그룹이 이용한 방법은 인적분할을 통해 기업을 분할한 후 그 중의 한 기업을 자회사를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경우 크게 보면 두 단계 과정을 거칩니다.
- 1단계: 원래의 기업을 분할하여 두 개 이상의 회사를 설립,
- 2단계: 분할된 회사 중 한 회사를 지주회사로 하여 이 지주회사가 다른 분할된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기 위해 해당 회사의 주식을 공개 매수.
주식 교환에 의한 공개 매수는 다른 분할된 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가 될 분할된 회사에 현물로 출자하고 그 대신 지주회사가 될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교부 받는 방식 이루어지는 공개 매수를 말합니다.
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할 수 있지만, 굳이 복잡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는 없습니다. 주식 교환을 통한 공개 매수를 하면 그냥 공개 매수를 할 때보다 현금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됩니다.
소액주주가 물적분할 보다 인적분할을 원하는 이유
소액주주는 물적분할에는 거부감이 있습니다. 굳이 기업분할 하려거든 인적분할을 통해 하기를 원하죠.
이유는 명확합니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소액주주는 분할되어 자회사가 되는 회사에 대한 주식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분할된 자회사가 매각되기라도 하면 소액주주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습니다.
매각되지 않고 유지된다면 유망한 사업 부문을 분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긴데, 이 경우에도 소액주주에게는 손해입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유망 사업 부문을 보고 투자 했더니 유망 부문이 빠져 나간 속 빈 강정 같은 주식만 손에 쥐게 되는 꼴이 되니까요.
2020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하겠다는 발표에 소액주주들이 반대를 한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소액주주는 할거면 인적분할 할 것을 원합니다.
지금까지 기업이 분할을 하는 이유와 기업분할을 할 때 쓰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차이와 장·단점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불리에 따라 인적분할을 선택할 수도 있고 물적분할을 선택할 수 있지만, 소액주주는 어차피 기업분할을 할 것이면 인적분할을 선택할 것을 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분할은 분리하여 전문성과 효율성을 살리기 위한 분할이라기 보다는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물적분할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