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함정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케인즈 학파의 창시자 케인즈입니다. 그의 유효수요 이론 중 한 부분으로 유동성 함정이 등장하죠.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은 재정지출과 통화 정책으로 경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역설적인 상황도 존재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즉, 통화 정책이나 이자율 정책만으로는 경기 조절을 하기 힘든 상황이 있다는 것도 보여 주었는데요, 그 당시 미국은 대공황 시기였다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효수요이론으로 경기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적용을 해 보니까 경기 조절은 커녕 경기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자율을 낮추거나 통화 공급을 늘려 보아도 투자와 소비가 늘어 나지 않고 불황은 더욱 심각해 지더라는 것입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케인즈의 유효수요 이론에 따르면 통화를 늘리고/늘리거나 이자율을 낮추면 기업은 늘어난 유동성과 싼 이자로 받은 대출로 투자를 늘리고, 가계도 늘어난 유동성으로 소비를 늘려 경기가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은행은 대출보다는 대출 회수에 오히려 더 집중하고,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으며, 가계도 소비를 늘리지 않는… 마치 함정에 빠진 것과 갈은 상황이 일어나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유동성 함정입니다.
경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통화정책을 쓰지만, 투자나 소비가 늘어 나지 않아 통화 정책의 효과가 사라지는 상황인 것입니다.
유동성 함정 사례와 원인
앞에서도 보았듯이 1929년 미국 대공황은 유동성 함정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도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건설 경기 부양과 0%에 가까운 저금리 정책으로 불황을 이겨 보려 했지만,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장기 불황에서 벗어 나지 못했습니다. 건진 것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 뿐이었죠.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의 미국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0%에 가까운 저금리 상황임에도 경기는 살아 나지 못했습니다.
2016년 6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낮추어 사상 최저 기준 금리인 1.25% 시대를 열었는데요, 그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도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체로 유동성 함정에 빠져 투자나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디플레이션 기대
-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을 때
- 0%에 가까운 저금리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지금 당장은 소비나 투자를 자제하려 할 것입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싼 값에 물건을 구매하거나 투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경기가 어두우니 기업의 전망이 어둡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새로운 대출은 조심스럽습니다. 경기 전망이 어두우니 기업이나 개인은 투자를 망설입니다.
극심하게 낮은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 주체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 합니다. 0%에 가까운 저금리 상황이라는 것은 중앙은행이 더이상 기준 금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이고, 이는 자연적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이 시중에 퍼지게 되죠. 그러니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리기 때문에) 채권 투자에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대출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위 3가지 유동성 함정 원인들을 한 마디도 말하면 경제 주체들이 앞으로도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할 때 일어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디플레이션을 기대하거나 최소한 물가가 크게 인상될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고, 경기 전망도 어둡게 보는 것이며, 이미 계속된 불황으로 금리도 많이 낮아 져 있는 상황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동성 함정 해결 방안과 양적완화
케인즈는 통화 정책이나 이자율 정책의 효과가 없다면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부 주도로 댐, 다리 건설 등을 늘림으로써 실업을 해소하여 경기 불안을 해소에 일조하며 동시에 소비 여력을 늘려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실제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케인즈의 주장을 현대에도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재정 지출이 경기 활성화로 연결 될 만한 인프라 투자는 이미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다리, 댐 등은 이미 충분히 건설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인프라 투자 할 곳이 있다고 해도 재정지출 확대는 세금 징수 증가와 차입 증가로 이자율 상승으로 연결 될 수 있다는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은 재정 지출 보다는 다른 것에 더 집중을 했지요. 바로 양적완화입니다. 유동성 함정이건 뭐건 함정을 채우고 남을 만큼 통화를 늘려 경기를 살린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양적완화가 유동성 함정을 이겨 내고 일본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일정한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미국 경제 지표에서 보이는 개선 효과는 양적완화의 결과이기 보다는 단순히 세계 경제가 호황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현대의 유동성 함정 해결 방안으로 재정 지출 확대 보다는 양적완화를 선택했지만, 이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재정 지출 확대이냐 양적완화이냐를 떠나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경제 주체들이 인플레이션을 기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을 할 때 소비나 투자 늘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