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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효과: 지표 비교하는 기사의 단골 메뉴

뭔가를 설명할 때 ‘비교’ 하는 기법을 쓰면 이해하기도 쉽고 어떤 경우에는 동기부여까지 됩니다. 그러나 비교하는 대상을 잘못 정하면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욕까지 먹을 수 있게 되죠. 기저효과가 일어나는 상황도 비슷합니다.

현재의 경제지표 또는 재무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과거 지표 또는 상황과 비교를 하는데, 비교 대상이 되는 지표, 상황, 또는 통계 수치가 정상적인 지표, 상황, 수치가 아닐 때 기저효과가 일어나니까요.

기저효과

기저효과란?

영어로는 base effect. 비교하려는 기초(base)가 정상적이지 않을 때 생기는 현상입니다.

현재 상황이 예전에 비하여 나아졌는지 아니면 나빠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직전 기준점과 비교를 하는데 직전 기준점이 비정상적인 상황(예컨대 급등 또는 급락했던 상황)이었다면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이 왜곡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기저효과라고 합니다.

1997년 IMF 당시 급등했던 환율을 예로 해서 기저효과를 이해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달러/원 환율 추이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연도 1995 1996 1997 1998
달러/원 환율 775.7원 844.2원 1695원 1204원
증감율 8.8% 101% -28.9%

1997년 당시 환율은 무려 101%, 2배 이상 폭등했지요. 이 상황에서 1998년에 환율이 얼마나 올랐는지 아니면 얼마나 내렸는지를 알아보기로 한다고 하면, 다음과 같이 계산하여 28.9%나 하락했다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frac{1,204-1,695}{1,699} \times 100 = -28.9

해서 1998년의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정부가 환율을 인상 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기저효과를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조치입니다.

왜냐하면 1997년이 아니라 1996년과 비교를 해보면 1998년의 환율은 여전히 42.6%나 상승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영향을 받은 지표를 (예컨대 IMF 외환위기 같은 상황으로 인해 환율이 갑자기 급등한 1997년의 환율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1998년의 환율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효과가 기저효과입니다.

신문기사에 자주 나는 기저효과

최근에 이주열 한은총재가 2018년 경제 성장 전망을 하면서 그 흐름이 상고하저, 즉 상반기에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하반기에는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면서,

“성장률 흐름은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고 그렇다고 하반기 경제 흐름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라고 기저효과를 언급했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말을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여 계산한다. 2018년 상반기는 2017년 상반기와 비교를 하고, 2018년 하반기는 2017년 하반기와 비교하는 식인데, 2017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높았기 때문에 2018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상반기와 같은 흐름을 유지하더라도 기저효과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기저효과라는 용어는 증권사 리포트에도 빈번하게 나옵니다. 예를 들어 한전KPS 2017년 4분기 영업실적 분석기사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영업이익은 345억원으로 작년 4분기 10억원 대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전년도 4분기에 발생한 일회성 비용(통상임금 충당금 330억원)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4% 개선되는 수준으로 무난한 실적이 예상된다.

이를 풀어서 다시 쓰면,

2016년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0억 원이었는데, 2017년 4분기는 345억으로 예상된다. 굉장한 실적개선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2016년에는 일회성 비용이 330억 원 발생한 해였다.

따라서, 실질적인 2016년 영억이익을 340억(10억+330억) 원으로 본다면, 2017년 4분기의 영업이익은 1.4%[{(345-340)÷340}×100] 정도 개선되는, 무난한 정도의 실적이다.

기저효과는 선호의 문제는 아닙니다

기저효과는 좋은 효과라거나 나쁜 효과라거나 하는, 좋고 나쁨과 관련된 효과는 아닙니다. 경제 현상은 기복이 있기 마련이고, 여러가지 경제 지표의 비교가 직전 시점 또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다만, 경제 지표를 비교하거나 과거 재무 상황과 현재 재무 상황을 비교할 때 기저효과로 인해 현재의 상황에 (또는 과거 특정 시점의 상황에) 대한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기저효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 시점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시점을 봄으로써 전반적인 추세를 포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