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인상 효과나 환율 인하 효과는 수출이나 수입 기업 만을 염두에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환율 변화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알아야 한다.
수출 기업과 수입 기업에 대한 환율 인상 효과를 중심으로 살펴본 후,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환율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환율은 무엇이고 환율 인상·인하의 의미에 대해서는 환율 기초 지식을 참고 하세요.)
환율 인상 효과
수출 기업
‘환율 인상은 수출 기업에게 호재다.’라고 한다. 이유는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일때 1,000달러를 수출한 기업이 환율이 인상되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일 때 1,000달러를 수금하여 원화로 바꾼다고 가정해 보자. (환율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 오른다거나, 수출 기업이 고작 1,000달러를 수출한다는 건 비현실적이지만,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이렇게 가정해 보자)
환율이 오르기 전이라면 1,000달러×1,000원=1백만 원을 원화로 바꿀 수 있지만, 환율이 오른 후에는 1,000달러×1,500원=1백 5십만 원을 원화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다.
원화를 얼마로 바꿀 수 있냐는 측면에서 환율 인상 효과를 이해할 수도 있지만, 수출 기업의 제품 가격이라는 측면에서도 환율 인상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수출 기업이 수출 하는 제품의 가격이 원화로 15,000원 이라고 가정하면, 환율이 오르기 전에는 이를 미국에 팔려면 15,000원÷1,000원=15달러에 팔아야 하지만, 환율이 오른 후에는 15,000원÷1,500원=10달러에 팔 수 있다.
제품에 투자된 것이나 기술 개발 따위 없이 환율이 인상 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5달러에 팔아야 하던 제품을 10달러에 팔 수 있으니, 수출 경쟁력 특히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수입 기업
환율 인상은 수입 기업에는 악재다. 1,000달러에 해당 하는 제품들을 수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환율이 오르기 전, 즉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일때는 1백만 원(1,000달러×1,000원)만 있으면 되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1,500으로 오른다면 1백 5십만 원(1,000달러×1,500원)이 있어야 1,000달러를 결제해 줄 수 있으니 손해다.
수입 물품의 가격 측면으로 생각해 보아도 마찬가치다. 수입 물품의 가격이 10달러라 가정해 보면, 환율이 오르기 전 국내 가격은 10,000원(10달러×1,000원)이지만, 환율이 오른 후의 국내 가격은 15,000원(10달러×1,500원)이니 국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입기업에 불리하다.
환율 인하 효과
환율이 인하되며 앞에서 설명한 것을 반대로 적용하면 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다고 가정해 보자.
수출 기업의 경우 1백 5십만원을 받을 수 있던 것은 1백만 원 밖에 받지 못하고, 미국 시장에서 10달러에 팔 수 있었던 것은 15달러에 팔아야 하니, 환율 인하는 수출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다.
수입 기업의 경우 1,000달러를 결제하기 위해 1백 5십만원이 있어야 결제할 수 있었던 것을 1백만 원으로 결제할 수 있고, 15,000원에 팔아야 했던 것을 10,000원에 팔 수 있으니 국내 가격 경쟁력도 생겨 이익이다.
환율 인상, 인하 효과는 도식적이지 않다
앞에서 환율 인상, 인하의 효과를 수출 기업과 수입 기업 입장에서 살펴 보았다. 환율 인상은 수출 기업에 유리 하고 수입 기업에 불리하고, 환율 인하는 수출 기업에 불리하고 수입 기업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이지 환율 인상, 인하 효과가 그렇게 도식적인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환율 인상이 수출 기업에 항상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화 약세로 인해 환율이 인상된다면,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호재인 것은 맞지만, 달러 강세로 인해 환율이 인상되면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달러 강세는 엔화·위안화·원화 가치 하락으로 연결된다. 즉 우리나라 환율만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중국의 환율도 인상될 것이다. 일본과 중국은 외국 시장에서 우리의 경쟁 상대이기 때문 엔화나 위안화가 달러 기준으로 얼마나 고평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환율 인상, 인하의 효과를 기업의 입장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수출이 중요한 우리나라는 대게 환율이 인상되는 것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도 그럴까?
외국에서 공부하는 자녀 학비를 지원해야 하는 부모라면 환율 인상이 반갑지 않다. 학비 1,000달러를 보내기 위해서, 예를 들어, 1백만 원만 있으면 되었지만, 환율 인상 후에는 1백 5십 만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이 인상되면 수입 물가가 오른다. 우리는 일반 제품뿐 아니라 원유 따위의 천연 자원 수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수입 물가가 오르면 일반적인 국내 물가도 따라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환율 인상을 놓고 보더라도 수출 기업에게 일반적으로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일반 국민에게는 물가 인상으로 연결되어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도식적으로 유리, 불리를 따지기는 힘들다.
수출은 환율이 올라야만 잘 된다는 건 초점을 잘못 맞춘 생각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환율 인상에 대해서는 별 걱정을 하지 않지만, 환율 인하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우려는 우리나라가 수출 기업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환율 인하에 대한 우려는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잘 안될 수 있다는 우려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란데, 환율이 떨어지면 큰 일이라는 생각이 배경이다.
환율이 인상 되면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수출 하는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출이 가격 경쟁력만 있다고 잘되는 것인가?
아래 이미지의 표는 2001년에서 2007년까지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지만, 수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비록 가격 경쟁력을 떨어지지만, 다른 요인으로 극복하고 수출을 더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위 표와 같은 현상이 있어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출과 환율의 관계는 불명확하며, 환율보다는 글로벌 경기가 수출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음을 볼 때 수출을 위해 환율 인상에 목메는 관점은 이제 벗어나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