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임대하기 위해 지대(rent)를 냅니다. 때로는 토지 소유자가 말도 안되는 지대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는 적정한 수준의 지대가 있기 마련입니다.
적정한 수준의 지대 또는 이론적으로 인정되는 지대에 관한 이론이 바로 입찰지대(bid-rent) 이론입니다.
입찰지대 이론
지대(rent)는 불로소득입니다. 토지 소유자는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고 지대라는 소득을 얻습니다.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니 지대는 비용을 들여 생산하는 일반 상품의 가격과는 다르게 형성됩니다.
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일반 상품과는 달리 지대는 어떤 토지와 다른 토지에 있는 뭔가의 차이로 결정됩니다.
이 ‘뭔가의 차이’를 차액지대론에서는 한계지(생산성이 가장 열악한 토지)의 생산성과 한계지 아닌 (한계지보다 생산성이 더 높은) 토지의 생산성 차이로 보았습니다.
입찰지대 이론은 차액지대론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차액지대는 토지의 비옥도 (또는 생산성) 차이로 인한 생산자의 초과이윤을 토지 소유자가 지대로 요구하는 반면, 입찰지대는 수송비 차이로 인한 초과이윤이 지대로 된다는 점입니다.
입찰지대 이론의 창시자는 알론소(W. Alonso)입니다. 입찰지대 이론이 나오지 전에 독일 경제학자 튀넨(Thunnen)이 그의 책 「고립국」에서 위치지대 이론 펼쳤는데요, 입찰지대 이론도 결국은 어느 위치에 토지가 존재하느냐에 따라 지대가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에 위치지대론과 입찰지대론은 함께 묶어서 생각해도 됩니다.
수송비 차이에 따른 입찰지대 형성 원리
어느 이론이나 다 그렇듯이 입찰지대 이론에도 가정이 필요합니다.
입찰지대론의 가정:
- 생산자는 생산물을 도시 중심(이하 도심)으로 수송하여 판매한다.
- 동일한 생산물의 생산비는 어느 생산자나 다 같다.
- 따라서 차이는 도심으로 운송하는 수송비에서 발생하고, 도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수송비는 늘어난다.
입찰지대론이 가정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차액지대에서 생기는 일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도심에 위치한 토지에서 초과이윤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초과이윤이 덜 발생하고 도심으로부터 너무 많이 떨어진 토지에서는 수송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초과이윤이 아예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생리상 생산자는 도심이나 도심과 가까운 토지를 원할 것이고,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경쟁이 생기며, 경쟁에서 이겨 원하는 토지를 임대하기 위해 생산자는 기꺼이 자신의 초과이윤을 지대로 토지 소유자에게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입찰지대라고 불리는 이유는 더 좋은 토지(도심이나 도심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토지)를 임대하기 위해 생산자는 원하는 지대 수준을 입찰하고 가장 높은 가격으로 입찰한 생산자에게 토지가 임대되기 때문입니다.
위치지대론 → 입찰지대론
튀넨이 그의 책 「고립국」에서 설명한 내용이 앞 절의 내용인데요, 앞 절의 내용은 정확하게 따진다면 위치지대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튀넨의 위치지대론은 농업에 관한 것입니다. 그가 살았던 시기의 주력 산업이 농업이었으니 농업에서의 지대를 설명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렇다면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위치지대론은 과연 농업 영역을 넘어서까지 적용할 수 있을까요?
입찰지대 곡선과 도시 공간 분화
알론소는 토지 사용자 또는 토지 임대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지대는 토지뿐 아니라 토지의 위치도 고려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혜안이었죠.
토지 뿐아니라 위치도 중요하다는 사실은 도심에 비즈니스 지역(CBD: Central Business District)이 형성되어 빌딩이 들어서고 그 외곽에 상가 건물이 들어서며 그 보다 더 외곽에는 주택용 건물이 들어서는 오늘날의 도시 공간 분화에서 확인됩니다.
이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은 입찰지대 곡선을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빌딩은 교통의 편리함이나 사무의 집중도를 고려할 때 도심에 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더 높은 지대를 입찰하면서까지 도심에 위치하려 할 것입니다. 이를 위 그래프에서 보면 도심으로부터 D1까지의 구역에서는 사무용 입찰지대 곡선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가장 높으니 입찰 지대가 가장 비싼 것입니다.
비슷하게 D1에서 D2까지의 구역에서는 상가 입찰지대 곡선이 가장 높은 지대로 나타나죠.
마지막으로 D2에서 D3 구역에서는 주택용 입찰지대 곡선에 따른 지대가 가장 높습니다. D2에서 D3 구역에는 주택용 건물이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입찰지대 이론에 따른 입찰지대 곡선은 개별 입찰지대 곡선과 전체 입찰지대 곡선으로 나뉩니다.
사무용·상가·주택용 입찰지대 곡선이라는 3개의 ‘개별 입찰지대 곡선’을 하나의 좌표 평면에 그린 후 각각의 개별 입찰지대 곡선이 교차하는 지점(D1, D2)으로 구역을 나누고, 해당 구역에서 최고로 높은 지대를 나타내는 부분을 연결한 선(위 그래프에서 주황색 선)이 ‘전체 입찰지대 곡선’이 되는 거죠.
이 전체 입찰지대 곡선을 보면 어느 구역이 어떤 건물이 들어서는 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다루고 있는 예에서 도심에서 D1 구역까지는 사무용 빌딩이, D1에서 D2 구역에는 상가 건물이, D2에서 D3 구역에는 주택용 건물이 들어서는 것처럼 말입니다.
입찰지대 곡선에서 중요한 점 하나는 빌딩용·상가용·주택용 입찰지대 곡선의 기울기(이해의 편리함을 위해 직선으로 표시했음)가 각각 다르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 개의 개별 입찰지대 곡선이 각각 다른 기울기를 가져야만 각 구역에서 가장 높은 지대를 지불할 의도가 있는 개별 입찰지대 곡선이 생기고 이에 따라 도시 공간 분화가 이루어 집니다.
아래 그래프처럼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의 사무용 빌딩 입찰지대 곡선의 기울기가 가장 가파르고 상업용 건물 입찰지대 곡선과 주택용 건물 입찰지대 곡선 순으로 가파르다고 볼 때 앞에서 본 그래프처럼 도시 공간 분화가 이루어 집니다.
만약, 개별 입찰지대 곡선의 기울기가 서로 같다면 최고 입찰 지대가 따로 없거나 한 개별 입찰지대 곡선이 항상 높게 되어 도시 공간 분화는 이루어 질 수 없게 됩니다.
입찰지대 이론의 한계
어느 이론이나 완벽한 이론은 없습니다. 입찰지대 이론은 상가 건물이 주차의 불편함 따위를 이유로 쇼핑몰 등의 건물이 오히려 도시 외곽으로 나가는 사례를 설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또한 서울처럼 원래는 사대문 안이 도심이었지만, 강남과 같은 외곽 중심 지역이 나중에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등의 이유로 도심 위치가 불명확해지면, 입찰지대 이론에서 말하는 도시 공간 분화와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지대 이론은 수송비나 교퉁비 따위의 이유로 지대가 높고 낮은 원리와 주택용 건물이 대체로 도심으로부터 벗어난 구역에 형성되는 원리를 여전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