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상한선(debt ceiling)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미국 만의 독특한 제도 입니다.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 정책 입안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견제하는 제도인데요, 부채 상한선이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상한선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부채 상한선은 연방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부채의 누적 상한선입니다. 부채 규모가 이 상한선에 도달하면 의회의 승인을 얻어 상한선을 올리거나(증액 하거나) 유예 승인을 받아야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부채 상한선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행정부가 국채 발행을 할 때 좀 더 책임감을 가지라는 취지로 미국 의회가 1917년에 법으로 제정했습니다.
부채상한선은 일종의 미국식 재정준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부채 상한선은 유로존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기 훨씬 전에 마련된 것이니 재정준칙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레이건 정부 이래로 대표적인 재정적자 나라입니다. 재정적자는 정부 수입보다 정부 지출이 많다는 것이고, 수입을 초과한 부분은 국채를 발행하여 해결합니다.
그렇다고해서 무한정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 한도까지만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 한도는 개인의 신용카드 이용 한도와 비슷합니다.
카드 사용액이 이용 한도를 넘어서면 한도 초과로 결제를 할 수 없게 되죠. 부채 상한선도 이런 기능을 합니다. 상한선에 도달하면 더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됩니다.
부채 발행 규모가 상한선에 도달하면 취해지는 일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상한선에 도달하면 벌어지는 일은 아래 세 가지 중의 하나입니다.
- 부채상한선을 증액한다.
- 부채상한선 효력을 유예(suspend)한다.
- 의회의 증액이나 유예 승인이 나기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다 안되면 디폴트를 선언한다.
부채 상한선은 최근에 이르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부채 규모가 상한선에 도달하면 미국 의회는 큰 토를 달지 않고 상한선을 증액해 주었으니까요.
1960년 이래 2019년까지 78번의 증액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수십 번 증액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의회에서 큰 제동 없이 상한선을 증액해 주었다는 의미입니다.
부채 상한선 유예(suspend)란 일정 기간을 동안 부채상한선의 효력을 없애 주는 것입니다.
유예 기간 동안 미국 정부는 상한선과 관계 없이 필요한 만큼 국채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늘어난 부채 규모는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날 자동으로 증액되어 부채상한선에 반영됩니다.
트럼프 정부가 의회와 협상하여 2021년 7월 21일까지 부채 상한선이 유예 된 것이 한 예 입니다.
만약 상한선 증액도 되지 않고 유예도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국채 발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미 확보하고 있는 자금과 새로 들어오는 조세 수입 만으로 나라 재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일종의 비상 운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증액이나 유예가 이루어 지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가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 보겠습니다. 그 전에 최근 부채 상한선 증액을 둘러싼 어떤 갈등이 있었지 먼저 짚어보고 진행하겠습니다.
부채 상한선 증액을 둘러싼 갈등 사례
미국의 부채 상한선은 누적 개념이기 때문에 국채 발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상한선에 도달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채 상한선을 증액해야 하는데요, 상한선 증액 과정은 의회에서 정부에게 지출 삭감과 부채 삭감을 요구하고 정부와 의회가 이를 협상하여 결과물을 내는 식으로 이루어 집니다.
만약 정부와 의회의 의견이 다르다면, 특히 의회가 야당에 의해 장악되었다면 부채 상한선 증액 과정은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래와 같은 몇 번의 사례가 있네요.
- 1995년 클린턴 정부 당시 상한선 증액이 이루어지지 않아 1995년 말에서 1996년 초까지 21일 간 미국 연방정부 셨다운이 일어난 사례.
- 2011년에 촉발된 부채 상한선 위기로 S&P사는 미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 2012년 재정절벽 우려로 연결됨.
- 2013년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에 대한 지출을 삭감하지 않으면 상한 증액을 하지 않겠다고 함.
-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부채 규모가 부채 상한선에 도달하여 허리케인 피해로 인한 비상 구호 기금을 상한선 증액 없이 마련하기 어려웠던 사례.
부채상한선 증액이나 유예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증액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유예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비상 구호 기금 마련이 어려워 지거나, 연방 정부 셨다운이 일어나거나, 재정절벽으로 연결 됩니다.
상황이 더 악화 된다면 디폴트에 도달하게 되겠지요. 디폴트 선언은 국채 이자나 원금을 갚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가장 부자라고 하는 나라가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재난 수준이 될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미국 역사상 부채상한선 증액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정부와 의회가 해결하여 디폴트 선언을 하는 상황은 한번도 연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부채상한선 증액이나 유예가 이루어 지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에서는 디폴트에까지 이르게 되지만,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까지는 도달하지 않을 것입니다.
디폴트 상황은 아니지만, 앞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정부 기능이 중단되는 셨다운에 이른 경우는 몇 번의 사례가 있습니다.
셨다운은 정부에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할 수 없게 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 월급, 연금 지급, 건강 보험 급여, 국채 이자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입니다.
공무원 월급 지급을 못하는 대신 무급 휴가를 보내는 식으로 하여 연방 정부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연방 정부 셧다운 때문에 실업 급여가 지급되지 않거나 연금을 받아야 하는 노인이 연금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셧다운은 그저 일상의 해프닝일 수는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부채상한선의 존재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고 유지해야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 의회가 연방 정부 재정 정책에 대해 견제하려면 굳이 부채상한선에 의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산에 대한 심의로도 충분하니까요.
이 점에 촛점을 맞춘다면 부채상한선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게 될 것입니다.
부채상한선에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부에 대한 견제 방법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찬반 주장에 대한 호불호가 어떻든 미국 의회가 부채상한선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부채상한선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