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비수기인 지난 2013년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값이 평당(3.3㎡) 90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18평(59.5㎡) 전세를 구하려면 1억 6천 2백만 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긴데, 비수기가 이 정도면 9,10월 이사철이면 얼마나 더 오르려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전세 계약은 로또 당첨과 같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세 보증금의 상승뿐 아니라 전세 자체를 구하기 힘든 전세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니 과연 ‘전세 대란’이라 할 만합니다.

전세 대란 이유

주택경기 불황으로 인해 주택매매시장이 아닌 주택임대시장에서 지대추구 행위가 심각해 진 것이 이유라고 보는 ‘지대추구(Rent-Seeking)’론에서 전세대란의 원인을 푸는 시각도 있지만,

전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입니다. 즉, 전세 수요는 늘었지만, 전세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전세품귀와 전세 값 상승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어느 것을 더 중요시 보느냐에 따라 전세 대란에 대한 해법이 달라 집니다. 전세 수요가 증가한 것을 더 중요시 여기면 수요 감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고, 전세 공급 감소를 더 중요시 여기면 전세 공급 증가를 위한 대책을 위주로 해법을 찾아야 하겠지요.

물론 어느 것을 더 중요시 보느냐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일단은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을 따로 따로 살펴 보기로 하지요.

전세 수요

주택을 구입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면서 주택 구입을 하지 않고 전세를 더 선호 하여 전세 수요가 증가한 측면이 있습니다. 약간의 도움(예컨대 저금리 주택마련 대출의 도움) 받으면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있지만 여전히 전세를 더 선호 하여 전세 수요에 기여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집 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 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지금 집을 살 이유가 없는 거죠.

게다가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점이 맞물린 것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 되고 있고, 은퇴 자금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살고 있던 집을 내 놓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주택 공급이 늘어나 주택 가격 하락요인이 될 수 있고,

저출산은 앞으로 집을 살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니 이는 주택 구입 수요 감소로 볼 수 있습니다. 수요 감소는 일반적으로 가격 하락으로 연결 되죠.

이른바 현재의 집 값 하락은 부동산 거품이 꺼져 지나치게 올랐던 가격이 원래의 가격을 찾아 가는 과정이기도 함과 동시에 인구 구조 변화라는 상황까지 더 해져서 앞으로도 집 값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전세 값 상승이야기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전세 가격 대신 주택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한 참 했으니,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실 집 값 하락은 전세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습니다.

집 값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조금 더 지속될 현상이라고 본다면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들은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겠지요. 주택 구입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거주 공간은 필요하니 주택 구입을 미루는 대신 아마도 전세를 구해 거주공간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집 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전세 수요 증가로 연결 되는 것입니다.

전세 공급

전세 공급이 줄어 드는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로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1. 저금리
  2. 전세에서 월세로 주택임대시장의 변화

저금리가 전세 공급 감소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당신이 거주 하고 있는 집 말고 집 한 채가 더 있어 여분의 집 한 채를 전세를 놓을 것인가 아니면 월세를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1억에 전세를 놓는다고 할 경우 1억을 은행 정기 예금에 넣어 두면 1년에 많아 봐야 3백만 원 정도의 이자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월세를 놓을 경우 매 달 최소한 50만원 씩 1년에 최소 6백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느 것이 더 이익인가요?

당연히 전세가 아니라 월세를 놓는 것이 더 이익 입니다.

실제로 월세를 놓을 경우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이자율에 해당하는 월세전환율은 6%~9% 선이라고 하니 전세를 놓았던 집 주인들도 월세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는데요,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13년 1월 ~ 5월까지의 전세와 월세 거래를 1년 전 같은 기간 동안 비교를 해보면 전세 건수는 줄어 들고 월세 건수가 늘어 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년 1~5월 2013년 1~5월
전세 26만 8,953건 26만 3,709건
월세 11만 9,336건 14만 8,732건

자료: 국토교통부, 경향신문 기사에서 재 인용.

저금리가 전세 공급 감소로 연결 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전세 공급 감소는 전세 품귀 현상과 전세 값 인상이라는 현실도 잘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2013년 현재의 전세대란이 전세를 반(半)전세 또는 월세로 돌리는 현상에 기인하고 있음은 월세 과잉, 전세 품귀 현상이라는 기사로도 검증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저금리로 인한 전세 공급 감소 (월세 증가)를 단순히 저금리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 임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즉, 전세에서 월세로 주택임대시장이 변화 하는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전세 품귀, 전세 값 상승’이 이루어 지고 있을 뿐 장기적으로 전세는 없어 지고 월세가 임대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세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주택 임대 방법이기는 하지만, 과연 전세가 없어 지고 월세가 대세를 이룰 것인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 보아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전세 공급 감소가 전세 → 월세로 임대 시장 구조가 변화 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라고 보는 것도 조금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현재의 전세 공급 감소의 이유는 저금리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전세 공급 감소(월세 증가)가 아예 임대 시장 구조의 변화(전세는 거의 없어 지고, 월세가 대세를 이루는 변화)로 연결 될 것인지는 설사 그렇게 변한다 할 지라도 몇 년 안에 이루어 질 일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전세대란 이유를 전세 수요 증가 측면과 전세 공급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 보았는데요, 어느 것이 더 현재의 전세대란 문제 유발에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전세 수요 증가의 핵심은 집 값 하락세 지속으로 인해 전세를 살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전세를 구하기에 전세 수요가 증가 했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진단인 것은 물론 아니지만 “제가 돈 있으면 집 사지 왜 전세를 구하나요?”라는 기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전세 수요는 집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로 이루어 졌다는 것입니다.

즉 주택 구매 대신 전세를 선택함으로써 전세 가격이 오르고 전세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전세 수요 증가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전세 대란 문제는 전세 공급 감소(집 주인들이 전세→월세로 전환 하는 것) 때문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 합니다.

전세 대란에 대한 해법?

전세대란 이유가 수요 측면 보다는 공급 측면에 더 크게 존재 한다면, 전세 대란 해법은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공급이 적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 하려면 공급을 늘리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전세를 반(半)전세나 월세로 돌림으로써 전세 공급이 줄어 드는 배경에 저금리가 있다는 것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저금리 상황은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기조 이기도 하고 저성장에 들어선 우리 경제 자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금리를 인위적으로 고금리로 바꿀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시장 경제 논리에 의해 전세대란 문제가 해결 될 가능성은 적어도 단기적으로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전세대란에 대한 해법은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요, 정부도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8·28 전·월세 대책을 마련했지요.

8·28 전·월세 대책의 실효성?

 

8·28 전·월세 대책에 대한 많은 기사를 읽어 보았는데요, 거의 모든 신문기사가 그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이 내리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결과를 낳을 지에 대해 예단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9·10월로 다가온 이사철 전세 대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에는 대체적으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9·10월로 다가온 이사철을 겨냥한 대책이 거의 없습니다.

1%대 모기지로 전세 수요를 주택 매매 수요로 전환 하겠다는 것도 (장기적으로 올바른 대책이냐를 떠나서) 3,000 가구에 한정된 대책이기 때문에 전세 수요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없습니다.

정작 중요한 전세 물량 확보에 대해서는 미분양 주택을 전세로 전환해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이 마저도 2천호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세한 대책 내용은 보도자료 참고).물론 전세 물량, 월세 물량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정부의 현재 전세 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8·28 전월세 대책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정부는 이러한 최근의 전셋값 상승은 매매시장 부진에 따른 전세수요 증가, “전세 → 월세”전환이라는 임차시장의 과도기적
현상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라고 하여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에서의 문제 모두를 진단하고 있는 듯이도 보이지만,

전세시장 대책인데, 왜 매매시장 활성화가 중요한지?라는 질문에 대해

지금 전세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구입능력이 있는 사람들마저

  • 낮은 집값 상승 기대감과 전세거주 비용에 비해 월등히 높은 주택구입․소유비용 때문에 전세수요로 몰리는 상황에서 비롯
  • 공급측면에서도 다주택자 등 주택구입가능계층이 주택을 구입하여 전월세 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

라고 답하는 것으로 보아 현재의 전세 대란에 원인은 주택매매로 갈 수요 전세 수요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세나 월세 공급 물량 확보와 세입자 보호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책의 핵심을 주택매매시장의 활성화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월세 시장이 안정 될 것으로 보는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전세시장은 구조적 요인 외에 계절적 영향도 있어 9~10월간 어느 정도의 가격불안은 예상되나 (월별 전세가격 상승률(5년 평균) : (7월) 0.35 → (8월) 0.44 → (9월) 0.83 → (10월) 0.62 → (11월) 0.43),

  • 취득세율 인하, 장기 모기지 활성화 등 세제․금융지원방안을 통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고
  •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임대주택 활용, 민간 매입임대 활성화 등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수급불균형이 완화되면서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임

이라고 답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전·월세 시장 안정도 결국은 주택매매시장의 활성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위에서 ‘민간 매입임대 활성화’란 말도 결국은 주택 매입을 하고 이를 임대 하는 것을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니 출발은 주택매매시장의 활성화 입니다.

이번 8·28 전·월세 대책이 과연 9·10월에 이사를 앞 둔 세입자들의 고민을 풀어 주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중·장기적이라도 전세 대란 문제를 해결 하여 전·월세 시장이 안정 시키는데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만, 전세대란의 이유를 잘 못 짚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그래서 전·월세 시장의 안정이 더 늦추어 지는 것은 아닌 지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