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하원 차이

상원과 하원은 영어에서도 upper, lower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뭔가 상하(上下)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도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물론 상원의 임기가 6년이고 하원의 임기는 2년이며 상원 의장(부통령)이 권력 서열 2위라는 점에서 상원 의원이 하원 의원보다 좀 더 존중을 받는다는 의미는 있지만 상원과 하원의 역할에 상하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50개의 주(州)로 구성된 연방 국가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던 1776년 당시 주(州)들은 스스로를 나라(state)라고 선언했습니다.

현재와 같은 연방 국가를 구성하게 된 것은 1787년의 필라델피아 헌법회의를 통해서 입니다. 미국은 연방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상원과 하원이라는 양원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한편으로는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을 견제하기 위해 상원이 필요하다는 철학적인 고려도 그 배경이 되기는 하지만, 양원제를 선택해야만 했던 현실적인 이유도 그 배경이 되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인구 수가 많은 주 정부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주 정부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인구 수를 기초로 한 선거구에서 의원을 선출하는 경우 예를들어 캘리포니아 주는 50명 정도의 의원이 선출되지만 알라스카처럼 인구 수가 낮은 주에서는 1명의 의원만 선출되게 됩니다.

알라스카처럼 인구 수가 작은 주들은 반발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바로 상원입니다. 인구 수와 상관 없이 주(州)마다 2명씩의 의원을 지명하여 상원을 구성하고 하원에서 발의한 법안을 상원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결국 하원은 국민을 대표하고 상원은 주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같은 상원과 하원의 탄생배경의 차이는 임기 차이로 연결되는데요,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은 좀 더 국민의 입장을 빨리 대표하라는 의미에서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상원은 장기적이고 좀 더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라는 의미에서 임기를 6년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원 의원은 원래는 주 정부에서 지명하는 지명직 이었지만 1913년 이후부터는 하원 의원처럼 투표에 의해 선출되고 있습니다.

상원과 하원이 있는 만큼 모든 법안은 양 원에서 모두 승인되어야 효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상원에서 법안을 낼 경우 하원에서 동의가 있어야 하고, 하원에서 법안을 낼 경우는 상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상원에만 있는 역할이 있고 하원에만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각료에 대한 탄핵안 의결과 세금과 관련된 법안은 하원에서만 발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원에서 의결하고 발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원에서도 통과가 되어야 합니다.

상원에만 있는 역할은 하원에서 탄핵안을 의결한 경우 탄핵 심판을 통한 최종 결정권, 국제 협약에 대한 승인, 내각 승인, 전쟁 비준권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필리버스터는 상원 의원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번도 일어난 적은 없지만 대통령 선거 결과 투표 수가 같은 후보가 있다면 상원에서 대통령을 결정하는 역할도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상원과 하원의 차이를 알아 보았습니다. 주 정부가 있는 상태에서 연방 정부를 만들다 보니 하원말고도 상원을 만들어야 했고, 이것이 미국만의 독특한 정치 제도로 정착되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같은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도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들 나라의 상원은 점차 역할을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상원은 중세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봉건 귀족에 대한 예우의 의미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상원은 주를 대표하고 하원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상원이 역할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일은 잆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