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은 황무지로 변한 공유 목초지에 관한 우화입니다.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인구 증가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경고하기 위해 소개했다고 합니다.
생물학자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으니 생물학과 관련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유지의 비극은 경제학과 관련이 있는 용어입니다.
경제학 용어로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용어 보다는 ‘공유자원의 비극’이라는 말이 더 적절합니다. 공유지뿐만 아니라 깨끗한 물, 공기, 환경, 물고기, 야생동물 따위와 같은 공유자원 전체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니까요.
공유자원의 비극은 공유지의 비극 같은 우화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비극입니다. 비극은 공유자원을 남용(overuse)하기 때문에 일어나는데요, 남용으로 인해 자원이 고갈된다든지 하는 문제(또는 비극)이 일어나게 됩니다.
경제적 의미와 해결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 보기 전에 공유자원에 대체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 그 사례부터 살펴 보기로 하죠.
공유자원의 비극 사례
공공 도서관 책
공공도서관의 책 중에는 찢어진 페이지도 있고 음식물로 더렆혀 진 부분도 있곤 합니다. 개인 소유의 책이라면 그렇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공공 도서관의 책은 일종의 공유자원입니다. 공공 도서관의 책이 더러운 이유는 공유자원이라서 남용되기 때문입니다.
사막화 되어 가는 차드 호(湖)
차드 호는 중앙 아프리카에 있는 호수입니다. 원래 26,000 제곱킬로미터에 달할 만큼 큰 호수였지만 농업용수로 무차별적으로 뽑아 쓰기 시작하면서 호수의 물이 줄어 들었습니다. 이제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점점 사막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뉴펀들랜드 그랜드 대구 어장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 연안 그랜드 어장은 대구가 잘 잡히는 곳이었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어획 기술 향상으로 이전 보다 더 많은 대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많이 잡다 보니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구가 잡히지 않아 폐장 되었습니다. 생태학자들은 그랜드 어장에서 옛날처럼 대구를 잡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펀들랜드 그랜드 어장 같은 공유자원의 비극은 참다랑어 잡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흑해와 카스피 해 지역에서 참다랑어는 더 이상 잡히지 않고 대서양과 지중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멸종 될 뻔 했던 코끼리
지금은 통제가 되고 있지만 야생동물 코끼리도 한 때 공유자원의 비극 사례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상아(象牙)가 비싼 값으로 팔리자 무차별적으로 코끼리를 사냥하여 멸종 위기에 다다른 적이 있었습니다.
오갈랄라 대수층 고갈
오갈랄라 대수층(Ogallala Aquifer)은 미국 8개 주에 걸친 세계 최대 대수층입니다. 1980년대 이후 지하수가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텍사스 주 북서부 지역은 관개 농지의 3분의 1 정도가 물 부족 때문에 경작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공유자원의 비극 사례는 위에서 본 사례들에 멈추지 않습니다. 대기 오염과 하천 오염도 오염 발생 물질을 남용한 결과이니 공유자원의 비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로 정체도 적정한 수준을 넘어선 차들이 도로로 나온 결과 이니 일종의 공유자원의 비극 사례입니다.
공유자원은 도대체 왜 남용되는 걸까요?
공유자원이 남용되는 이유
위에서 몇 가지 공유자원의 비극 사례를 보았는데요, 공통적인 특징은 남용입니다. 우화에 등장하는 공유지의 비극도 남용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모든 자원이 다 남용 되는 것은 아닌데요, 개인 소유의 사유 재산이 남용 되는 경우는 드물죠. 자기 것은 아끼는 법이니까요. 사유재산이 남용되지 않는 이유를 경제학에서는 배제성(excludability)과 소비 경합성(rivalry in consumption)이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내 소유의 재산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이 접근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배제성이라고 합니다.
내 소유의 재산을 내가 사용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를 소비의 경합성이라고 합니다. 사유 재산은 배제성도 있고 소비의 경합성도 있기 때문에 남용되지 않습니다.
공유지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은 사용에 제약을 받으니 소비 경합성은 있지만, 내가 사용한 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배제성은 없습니다.
공유자원 중의 하나인 깨끗한 물과 공기는 배제성이 없는 것은 이해되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마시고 숨 쉴 수 있으므로 소비 경합성도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깨끗한 이라는 조건이 있음에 유의하세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하면 오염되기 마련이므로 소비 경합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유자원은 소비 경합성은 있지만 배제성은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배제성이 없기 때문에 무임승차(free rider)를 막을 수 없습니다. 남용되는 것도 막기 힘듭니다. 남이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특징(非배제성) 때문에 공유 자원은 남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유자원의 비극은 부정적 외부효과와 비슷한데요, 부정적 외부효과 그래프를 이용하여 공유자원이 남용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한 사람의 행위가 제 3자에게 나쁜 영양을 주지만, 이에 대해 벌금이나 다른 제제가 이루어 지지 않을 때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아래 그래프를 한번 보시죠.
공유자원의 비극 그래프
위 그래프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설명하는 그래프인데요, 공유자원의 남용 현상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파란 색 두 가지 선이 공유자원의 수요 선과 공급 선이라고 하면, 두 선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 소비량이 결정 됩니다. 균형 소비량만큼 소비될 것이니 실제 소비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공유자원 남용을 방지 하기 위해 공급자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면, 공급 곡선은 상향으로 이동하여 빨간 색 공급 선으로 표시될 것입니다.
이제 파란 색 수요 선과 빨간 새 공급 선이 만나는 점에서 소비될 것입니다. 이때 소비되는 양을 효율적 소비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효율적 소비량이 실제 소비량 보다 작은 것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위 그래프는 실제 소비량과 효율적 소비량의 차이만큼 공유자원이 남용 되는 것을 보여 줍니다.
공유자원의 비극 해결 방안
공유자원은 배제성이 없기 때문에 시장 기능(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장에 맡겨 둘 일이 아니라 뭔가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재산권 부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 방안은 공유자원을 사유화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공유자원에 재산권을 부여 하는 것입니다. 공유자원이 남용되는 이유가 배제성이 없이 때문인데, 재산권을 부여함으로써 배제성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공유 목초지의 경우 인클로저 운동 이라고 해서 목초지를 사유화 하는 실제 사례도 있었습니다. 다만, 봉건 영주가 폭력을 써서 사유화 한 것이니 현대 사회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재산권을 부여 하기 힘든 공유자원도 많이 있습니다.
공유자원의 비극 해결 방안은 부정적 외부효과를 해결하는 방안과 유사한데요, 재산권을 부여하는 방법 말고 공유자원 이용에 세금이나 징벌적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법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허가권 또는 배출권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금 부과
세금이나 징법적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법은 혼잡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떠올리면 됩니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출·퇴근 하는 운전자에게 혼잡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운전자 중의 일부는 혼잡비용을 피하기 위해 대중 교통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도로 혼잡을 줄이는 것입니다.
허가권(또는 배출권) 제도
허가권이나 배출권 제도를 만들어서 이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탄소 배출권, 온실가스 배출권, 어획량 분배제와 같은 이름으로 여러 영역에서 실험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이 일부 시행되고 있는데요, 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이미지와 함께 보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정부가 각 기업에게 공평하게 온실 가스 배출 허용량을 부과합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A 기업은 허용량 보다 적은 양의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의 허가권을 돈을 받고 팔 수 있습니다.
B 기업은 허용량 보다 더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해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A 기업으로부터 허가권을 구매해서 허용량을 초과하는 온실 가스를 법적인 문제 없이 배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한국환경공단
위 이미지를 보면 거래 가능한 허가권 또는 배출권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게 어떻게 공유자원의 남용을 해결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A 기업과 B 기업 모두 같은 제품을 생산하여 경쟁하는 회사라고 가정을 해 보세요. 그러면 B 기업은 큰일 났습니다. A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A 기업 보다 온실가스 배출권 만큼의 비용이 더 드니 말입니다.
B 기업은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는 온실 가스 배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 개입은 항상 성공할까?
재산권을 부과하거나 세금을 부과하거나 허가권 거래 제도를 만드는 데에는 정부 개입이 필요합니다.
공유자원의 비극과 같은 일종의 외부효과는 시장 실패를 의미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합니다. 의도는 좋지만 정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여 정부 실패로 연결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엘리서 오스트롬 교수처럼 공동체의 자치를 통한 해결에 더 비중을 두는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분도 있습니다.
요약
공유 목초지가 남용되어 황무지가 되는 공유지의 비극은 소비의 경합성은 있지만 배제성은 없다는 공유자원의 특징 때문에 일어난다. 공유자원은 남용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고, 여러 사례로 확인된다.
배제성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공유자원의 남용 문제는 경제학의 부정적 외부효과와 비슷하고 그 해결방안도 부정적 외부효과 해결 방안과 비슷하다.
공유자원의 비극 해결 방안에는 재산권을 부여하는 방법, 세금을 부과 하는 방법, 허가권 또는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방법, 공동체 자치를 위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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