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은 실업률이 낮은데 고용률도 낮다는데서 드러납니다.
2017년 4분기 우리나라 실업률은 3.7% 입니다. 낮은 편이죠.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일 때의 실업률이 2%~3% 이니, 수치로 보면 우리나라는 완전 고용에 근접한 상태입니다. OECD 회원국의 실업률 중 낮은 순서로 아래에서 5위입니다.
그래프 출처: OECD 실업률
고용률은 어떨까요? 2017년 4분기 우리나라 고용률은 66.6% 입니다. 낮은 것 같기도 하고 그저 그런 것 같기도 하죠? OECD 회원국과 비교를 해 봅시다.
그래프 출처: OECD 고용률
우리나라 고용률은 OECD 회원국의 평균(67.6%)보다 낮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까만 색 막대가 OECD 평균 고용률을 나타내는데, 우리나라 고용률은 그 보다 왼쪽 즉, 평균 이하입니다.
1에서 실업률을 뺀 것이 고용률은 아니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다고 반드시 고용률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업률을 계산할 때 쓰는 분모(경제활동인구)와 고용률을 계산할 때 쓰는 분모(경제활동인구+비경제활동인구)가 다르거든요.
그래도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인데, 고용률이 OECE 평균 이하라는 건 뭔가 이상합니다. 고용률 통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실업률 통계에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실업률 통계를 내는 방법을 살펴봄으로써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접근해 보기로 합니다.
실업률 통계 조사 방법
실업률 통계는 전수 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표본을 통해 냅니다. 표본 가구 대해 설문조사를 한 후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수, 실업자 수, 비경제활동인구 수를 추론하는거죠.
15세 이상의 인구 중 취업자 수와 실업자 수를 합하면 경제활동인구가 되고 15세 이상이면서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으면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실업률 계산 식은 ‘(실업자 ÷ 경제활동인구)×100’ 입니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 수+실업자 수’이니 실업률 계산 식은 ‘{실업자 ÷ (실업자+취업자)}×100’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 통계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권고하는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대부분도 ILO 기준을 쫓아 실업률 통계를 내고 있지요. 따라서 우리나라의 실업률 통계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뭔가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실업률과 고용률이 동시에 OECD 평균이하라는 모순이 생길리 있겠습니까?
실업률 통계 문제점: 분류의 문제
앞에서 보았듯이 실업률은 15세 이상 인구를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여 계산합니다. 그런데, 분류에 문제가 있다면, 예컨대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할 사람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다면, 실업률은 실제보다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한 계산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15세 이상의 인구가 154명인 가상의 공동체를 통해 실업률을 한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작은 공동체이니 표본 조사를 할 필요 없이 전수 조사를 하면 되겠네요.
설문조사를 해보니 154명 중 100명은 취업자이고 4명은 실업자 그리고 취업자도 아니고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50명이라면 실업률은 3.9% {4÷(100+4)} 입니다.
그런데,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하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잘못 분류된 사람들이 10명이나 된다고 가정해 보죠. 이제 취업자는 100명으로 변함이 없지만, 비경제활동인구는 40명이 되고, 실업자가 14명으로 증가합니다. 실업률은 12.3%{14÷(100+14)}가 되죠. 이것이 154명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실제 상황이라면, 앞의 3.9%는 실제를 반영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낮게 계산된 실업률이 되버리는거죠.
가상의 예이긴 했습니다만,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할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잘못 분류되는 경우 실제보다 실업률이 낮게 계산되는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의 문제점도 바로 이 문제 즉, 잘못된 분류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ILO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걸까요? 비밀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큰 틀은 ILO 기준과 같지만 세부적인 기준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ILO 기준과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의 차이
2010년 말에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 황수경 연구위원의 실업률 측정의 문제점과 보완적 실업지표 연구에 따르면, ILO의 분류 기준과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 분류 기준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다릅니다.
- 우리나라는 무급가족종사자(가족 경영 가게·회사에 월급 받지 않고 일하는 가족)가 한 주간 18시간 이상을 일해야 취업자로 분류하지만, ILO는 (1998년부터) 시간에 관계 없이 취업자로 분류하고,
- 취업 대기자 또는 취업 예정자를 우리나라는 구직활동이 없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지만, ILO는 구직활동 여부에 관계 없이 실업자 또는 취업자로 분류하며,
- 취업준비학원·고시학원을 다니거나 취업 준비 중인 사람을 우리나라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지만, ILO 실업자로 분류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1번은 ILO 기준에 따를 때보다 실업률이 더 높게 나올 수 있게 하는 차이이지만, 2번과 3번은 ILO 기준에 따를 때보다 실업률이 낮게 나오게 하는 차이입니다. 2번과 3번의 차이는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할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앞에 언급한 논문은 설문조사의 설문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요, 설문 자체가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할 사람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도록 유도하는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제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의 문제점에 대해 정리하겠습니다.
우니라나 실업률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실업률이 거의 완전고용 상태와 맞먹는 3%대 라는 점과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지만 고용률 또한 OECD 평균보다 낮다는데서 드러납니다.
ILO 기준에 따라 실업률 통계를 내고는 있지만, 세부적인 분류 기준에서 차이가 있어,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인구가 적지 않습니다. 그 결과 실업률 통계가 실제보다 낮게 나오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가지 더 생각해보아야 할 실업률 통계의 문제가 있는데요,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인구가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현재 통계 방식에 따르면 한 주 동안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되거든요.
한 주 동안 1시간만 일한다는 건 사실 상 실업 상태죠. 이를 취업자로 분류하는 것도 분명 실업률 통계의 문제점입니다. 다만, ILO 기준도 한 주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ILO 기준과 차이가 난다고 볼 수는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