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스태그플레이션은 피하고 싶어 합니다. 대체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무엇이길래 그럴까요?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경기 침체’입니다.
즉,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죠. 인플레이션도 힘든데 경기까지 나쁜 겁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실업률도 높습니다. 그래서 높은 실업률과 함께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도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적으론 이상 현상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침체 또는 불경기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에서 스태그,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에서 플레이션을 딴 단어입니다.
단어야 얼마든지 합성할 수 있지만, 실제 경제 현상을 마음대로 합성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의 합성? 이건 동시에 일어나기 힘든 현상입니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다는 건, 기업이 투자하는 걸 조심하고 고용을 줄여 실업률이 높아지고 가계는 소비를 줄인다는 걸 의미합니다. 소비를 줄여 전반적인 수요가 줄면 물가도 하락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물가가 내리는 게 정상적입니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물가가 오히려 오릅니다. 경기는 여전히 어려운데 말이죠.
그래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상당히 고통 스럽습니다. 경제 고통 지수(Misery Index)라는게 있는데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수치입니다. 실업률이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율도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경제 고통 지수도 높게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두려운 존재죠. 고통도 고통이지만 마땅한 스태그플레이션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때때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경제 기사로 공포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또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바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명확하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는 1970년대입니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아래 그래프는 1965년부터 1979년까지의 미국의 실업률(파란색)과 소비자물가지수(빨간색) 인상률인데요, 1970년대에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초와 1973년 하반기 ~ 1975년 시기에 물가와 실업률이 동반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등락이 있기는 하지만 1973년 이후 높은 물가인상률(두 번의 심한 상승 포함)과 1975년 이후 실업률이 줄기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실업률이 유지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음영 처리된 두 시기의 명확한 스태그플레이션과 1973년 이후 내내 높은 물가상승률과 높은 실업률이 나타난 시기도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 경제를 보면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오르기도 하고 두 지표 중의 하나 또는 둘 다 하락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걸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 경제학계의 일치된 견해는 없습니다만, 일반인인 우리는 학계의 일치된 견해 따위는 웬만해서는 없다는 걸 알고있습니다. 어떤 주장이나 논리가 있으면 항상 반대 논리와 주장이 있는 법이죠.
그런데 이론을 떠나서 1970년대에 있었던 두 번의 사건이 스태그플레이션이란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의 사건이란 바로 1973년과 1979년에 있었던 오일 쇼크입니다.
오일 쇼크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 담합으로 석유 가격이 치솟아 경제에 충격을 준 것을 말하는데요, 위 그래프에서도 1973과 1979년 소비자 물가가 치솟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일 쇼크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일 쇼크가 없었던 시기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긴 했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오일 쇼크와 같은 정도의 충격이 있을 때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현상이 케인즈 경제학에 미친 영향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던 시기가 1970년대라는 것을 살펴 보았는데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학계에도 중요한 변화를 불러옵니다.
경제학의 주류가 케인즈 경제학에서 시카고 학파로 대변되는 통화주의, 합리적 기대이론으로 바뀌는 계기가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었습니다.
1970년 이전까지는 대략 케인즈 경제학이 대세였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란 현상이 등장하자 케인즈 경제학은 힘을 잃고 대신 시키고 학파가 경제학의 주류로 올라서게 됩니다.
시키고 학파가 대세를 이루게 된 이유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케인즈 경제학을 기초로 한 처방을 실현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경기 침체 시기에 케인즈 경제학이 내리는 처방은 총수요 증가 정책인데요, 이걸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쓸 수 없게 됩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총수요를 증가 시키면 이미 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은 물가를 더 올려 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물가를 잡기 위해 총수요를 억제하자니 높아질대로 높아진 실업률을 더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시카고 학파
이때 등장한 이론이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의 통화주의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의 합리적 기대이론입니다.
통화주의의 입장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면 장기적으로 물가만 올려 놓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은 이론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통화주의는 더 나아가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통화량이 줄어들지 않게 관리하는 정도로만 정부가 개입하고 나머지는 시장(market)에 맡겨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시장에 맡겨 두면 장기적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는 거죠.
이 주장에 대해 대체 장기(long run)란 얼마나 장기인가 하는 비판이 있었죠. 5년 아니면 10년? 만약 5년이나 10년 정도를 고통스럽게 시장이 알아서 해결하기를 기다려야 한다면 시장에 맡겨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안이한 주장이 아닐까요?
이때 등장한 이론이 합리적 기대이론입니다. 합리적 기대이론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은 존재하는 정보를 활용하여 합리적 행동을 하여 임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행동과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행동을 합니다.
이렇게 합리적 행동으로 임금과 가격을 조정한다면 장기(long run)란 5년이나 10년 정도의 장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짧은 기간이 될 수도 있게 됩니다.
통화주의와 합리적 기대이론은 대체로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석유 가격의 급등 같은 이유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또한 실제 현실에서 가계나 기업이 임금이나 가격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요약: 스태그플레이션 뜻과 영향과 우려에 대한 자세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경기 침체 시기에는 실업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업률가 물가가 모두 높은 현상을 일컫기도 합니다.
경제학 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은 케인즈 주의의 후퇴를 초래하고 통화주의와 합리적 기대이론으로 대표되는 시카고 학파가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통화주의와 합리적 기대이론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오일 쇼크와 같은 비용 측면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시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케인즈 경제학의 처방도 먹히지 않는 만큼 이 시기를 살아가는 삶에 큰 고통을 안깁니다. 그래서인지 때때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 시기는 오일 쇼크와 같은 정도의 큰 충격이 왔을 때 였습니다. 인플레이션율이 오르거나 실업률이 오른다고 해서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