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환율 하락과 주가 상승 조합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나빠지기 때문에, 즉 달러 표시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수출이 악화되어 주가가 하락한다고 얘기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지표를 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아래 차트를 한번 보시죠.
왼쪽 축에 종합주가지수, 오른 쪽 축에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을 놓고 차트를 그려 보니 환율이 하락할 때 주가는 상승할 때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 차트만 보고 환율이 하락해서 주가가 상승한 것인지 또는 주가가 상승해서 환율이 하락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과관계가 어떻게 되는 지를 차트만 보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위 차트에서 최소한 환율과 주가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율 하락 즉 원화 강세에 코스피가 힘 받는다는 기사도 있고요.
환율과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 환율 하락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 또는 주가가 상승할 때 환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 투자자
환율이 하락할 때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 투자를 위해 국내에 들어왔다 나가는 것만으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환차익을 얻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현재 환율이 2,000원 인데 한 달 후 1,000으로 하락하는 것이 확실시 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실제로는 하락이 확실한 경우도 없고 환율이 2,000원 인 것도 문제고 또 환율이 한 달 만에 1,000원 씩이나 하락하는 건 더 큰 문제이지만, 계산의 편리성을 위해 이렇게 가정해 보고 환차익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 보기로 합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 달 후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예상을 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5천 달러를 투자를 하기 위해 들어 왔다가 한 달 후 투자 자금을 회수하고 나가는 과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5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환율 2,000원에 환전하여 투자 계좌에 1천만 원을 입금합니다.
- 1천만 원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 합니다.
- 한 달 후 주식을 팝니다. 주가 변동이 없다면 1천만 원을 회수합니다.
- 1천만 원을 외환시장에서 환율 1,000원에 1만 달러로 환전하여 자국으로 돌아갑니다.
환율이 하락할 때 외국인 투자자는 위 과정을 거치면 주가 변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5천 달러를 가지고 1만 달러로 만들어서 즉, 환차익 5천 달러를 얻어서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에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익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손실 즉 환차손을 얻게 되죠.
환차익과 관련해서 방금 전 본 예는 주가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을 암묵적으로 했습니다만,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오면 주가가 변동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 증시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요,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거의 대부분 주가는 상승합니다.
따라서 환차익을 노리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 오면 주가는 상승하게 되어 있습니다. 환차익은 환율이 하락할 때 일어나므로 이를 환율이 하락할 때 환율이 상승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할만 합니다.
#2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가 좋다는 것을 의미
환율 하락은 원화 절상, 원화 가치 상승이기도 합니다. 원화 가치는 한국 경제 상황을 반영합니다. 한국 경제 상황이 좋으면 원화 가치가 상승 즉 환율 하락으로 연결 됩니다.
참고: 환율 기초 지식
물론 한국 경제가 좋은 데 미국 경제는 더 좋다든지 하면 환율이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는 한국 경제가 좋은 기록을 내는 시기와 겹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한국 경제가 좋다면 주가도 당연히 이를 반영하여 상승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한국 경제가 좋으면 주가는 오르고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한국 경제 성과가 좋다는 점은 환율 하락시 주가가 상승하는 두 번째 이유로 삼을 만 합니다.
#3 수출기업의 수출 대금 선물환 매도
수출 기업이 수출 계약을 달성했다고 해서 수출 대금이 바로 입금되는 것은 아닙니다. 1년 정도 후에 조선업처럼 선박 건조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3~4년 후에 수출 대금을 받기도 합니다.
수출 계약 시점에 주식 시장은 이를 성과로 보아 주가에 반영하지만 외환 시장에 달러가 공급 되는 시기는 1년 뒤나 3~4년 뒤라고 생각했던 것이 과거의 분석이었습니다. 그래서 환율 하락이 아니라 환율 상승이 주가 상승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 거죠. 수출 기업은 환율 상승기에 재무제표 결과가 좋으니까요.
그러나 수출기업은 수출 계약을 체결한 후 수출 대금을 받을 때까지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은행에 수출 대금 선물환 매도(수출 대금으로 달러를 받을 때 은행과 계약으로 정한 환율로 달러를 매도하는 계약)를 하려할 것입니다.
국내은행 역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 기업과 선물환 매도 계약을 맺은 금액 만큼 외채를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여 다른 기업에 대출 하는 등의 영업을 할 것입니다.
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수출 계약이 달성된 시점에 외환 시장에 달러가 공급된다는 것. 달러 공급이 늘어나니 달러 가치는 떨어지겠지요. 달러 가치 하락은 곧 원화가치 강세 즉, 환율 하락입니다. 수출 호조로 주가가 상승할 때 환율은 하락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물론 모든 수출 기업이 선물환 매도를 한다는 보장도 없고 국내은행 입장에서도 선물환 매도 금액만큼 외채를 들여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이 분석이 꼭 맞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선물환 매도 금액을 지표로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수출이 좋아서 주가가 상승할 때 선물환 매도로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은 확정적이라기 보다는 ‘그럴 수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환율 하락과 주가 상승이 직선적인 관계는 아니다
지금까지 환율이 하락하면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 세 가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사실은 환율이 하락하여 주가가 상승한 것인지 아니면 주가가 상승하여 환율이 하락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 측면에서 보아도 외국인이 환차익만 보고 국내 주식 시장에 들어 오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차익보다는 주가 상승을 보고 들어올 수도 있는 일 입니다. 주가 상승을 예측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온다면 주가가 상승하여 환율이 하락한 것일 수 있습니다.
수출 호조로 주가가 상승할 때 수출 기업의 선물화 매도가 환율 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사실 따지고 보면 선후 관계가 아니라 주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거의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환율이 하락하면 주가가 반드시 상승하거나 주가가 상승하면 환율이 반드시 하락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환율은 변동이 없으나 우리나라 환율만 상승하는 경우 진짜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경기기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이 때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최근 환율과 주가의 변동을 살펴보니, 환율이 하락할 때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목격되었고, 이는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 한국 경제의 호조, 수출 기업의 선물환 매도라는 이유로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라는 것이 이 글이 전하고자 하는 바였습니다.
그러나, 위 3가지 이유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고 보다 중요하게는 그 이유라는 것이 무슨 산수 공식처럼 언제나 성립하는 법칙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