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교수신문: 2013년 올해의 사자성어
해마다 그 해를 특징 짓는 사자성어를 교수신문에서 선정 발표 하고 있는데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 되었습니다.
- 倒: 넘어질 도
- 行: 다닐 행
- 逆: 거스를 역
- 施: 베풀 시, 행할 시
올해의 한반도 상황은 서로 선을 긋고 서로를 비판하는 상황이 많이 벌어 졌는데, 한 편에서 다른 편의 행동을 보면 (어느 쪽 편에서 보든) 순리를 거스르고 행동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 ‘도행역시’를 사자성어로 선정한 이유인 듯 합니다.
倒行逆施(도행역시)의 뜻과 유래
倒行逆施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으로 중국 「사기」 중 《오자서(伍子胥) 열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오자서는 원래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이었는데 그의 아버지와 형이 초나라 평왕에 의해 살해를 당하게 되죠. 오자서는 복수심을 품고 초나라를 떠나 송나라, 정나라, 진나라 등을 떠돌다 마침내 오(吳)나라 합려 왕에게 발탁되어 마침내 초나라를 정복하게 됩니다. 그에겐 복수의 성공이었습니다.
이때 오자서는 이미 무덤에 묻혀 있던 평왕의 시신을 꺼내 3백번이나 매질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오자서의 친구였던 신포서(申包胥)가 편지로 복수 치고는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오자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 도행역시(倒行逆施)라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어(할 일은 많은 데 시간이 없어) 순리를 거슬러 행할 수 밖에 없었다.” 라는 변명 이었지요.
원래 오자서와 신포서는 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오자서는 초나라에 복수심을 품게 되고 신포서는 초나라를 지켜야 하는 충신이 되면서 둘 사이는 멀어 지게 됩니다. 둘 사이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직접 죽이는 상황이 벌어 진 것은 아니지만 신포서는 나중에 오자서가 일했던 오나라와 원수 관계였던 월(越)나라 구천왕에게 오나라를 정복할 수 있는 계책을 알려 주게 되어, 아름다운 우정을 나눌 수도 있는 사이였지만 결국은 초나라를 사이에 두고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던 역사 속에 실존했던 비극적인 관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자서라는 인물과 관련해서는 ‘일모도원’과 ‘도행역시’ 뿐 아니라 ‘와신상담(臥薪嘗膽)’과 ‘오월동주(吳越同舟)’ 그리고 왕소군, 초선, 양귀비와 더불어 중국 4대 미녀로 꼽히는 서시(西施)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서시(西施), 오월동주(吳越同舟)
오자서는 오나라 합려 왕과 합려 왕의 아들 부차도 모시게 되지만 결말은 좋지 않아서 부차에 의해 자결을 명 받고 목숨을 끊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와신상담과 오월동주 라는 고사 성어와 월나라의 미인 서시가 등장하게 됩니다.
오나라에 패한 월나라는 호시탐탐 재기의 기회를 노리다 월나라 구천 왕 때 오나라를 공격 하여 합려에게 부상을 입히게 됩니다. 이때 오나라 합려 왕은 손가락 부상이라는 작은 부상을 입었을 뿐이지만 파상풍 때문에 결국은 죽게 됩니다. 합려는 죽어 가면서 아들 부차에게 월나라에게 복수 할 것을 유지로 남기죠.
이에 부차는 편한 잠 자리를 마다하고 장작 위에 몸을 뉘여[와신(臥薪)] 잠을 자가며 복수심을 불태웁니다. 마침내 부차는 손자병법을 쓴 손무를 대장군으로 오자서를 부장군으로 하여 월나라를 정복하고 구천의 항복을 받아냅니다. 이때 오자서는 구천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 하지만 오나라 왕 부차는 그의 말을 듣지 않죠. 결국은 오자서의 말을 따랐어야 함을 알게 되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것입니다.
구천은 항복 후 3년 동안 오나라에서 구금생활을 하다가 다시 월나라로 돌아 갈 수 있게 됩니다. 이 때 구천은 쓸개를 걸어 두고 밥 먹을 때마다 그 맛을 보며(嘗膽) 복수의 칼날을 갑니다. 하지만, 아직은 힘이 없는 지라 오나라에 보물과 미인들을 바쳐 가며 그 칼날을 숨기며 지내죠.
언제고 복수를 꼭 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갖고는 있지만 겉으로는 오나라와 함께 배를 탄 것 같은 이른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시대가 시작 된 것입니다.
그러나 복수의 칼날이 숨겨진 오월동주의 시기가 그리 오래 갈 수는 없었습니다. 오월동주의 시대는 결국 월나라 구천에 의해 파기 되고 구천은 부차에게 복수를 하게 됩니다. 이로써 구천의 월나라는 춘추전국시대 최후의 승리자가 되죠. 그런데 구천이 오나라를 패망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서시의 힘이 컸다고 합니다.
서시는 구천이 오나라에 보물과 함께 보낸 미녀 들 중의 한 명 이었는데 미모가 뛰어나 부차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시는 월나라에 충성하는 요즘으로 따지자면 미녀 스파이였던 것입니다. 정보를 얻어 냄과 동시에 부차의 시야도 흐려 트려 놓았으니 보통 스파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와신(臥薪)의 기간을 거치며 부차가 구천에게 복수를 했지만 구천은 다시 상담(嘗膽)의 시간 동안 부차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갈며 오월동주의 상황에서 서시의 도움을 받아 복수에 성공하게 되는 과정 까지 와신상담과 오월동주 그리고 서시의 활약은 한편의 소설 같기도 합니다.
독자의 눈으로 보든 아니면 오자서의 눈으로 보든, 부차의 눈으로 보든, 아니면 구천의 눈으로 보든, 아니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월나라가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던 팁을 제공했던 신포서의 눈으로 보든 도행역시, 와신상담, 오월동주라는 사자성어가 만들어 지고 서시라는 미인까지 등장 하는 소설 같은 역사 말입니다.
올해(2013년)의 사자성어인 도행역시((倒行逆施)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서시 이미지 출처: CRI On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