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대토(守株待兔)의 문자 그대로의 뜻은 ‘나무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이지만, 문자 그대로의 뜻만 알고 있으면 안됩니다.
수주대토의 속 뜻을 알아야 하는데요, 상황에 따라 몇 가지 뜻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일단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기대하는 완고함(또는 우매함)’이란 뜻이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수주대토의 유래 즉,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알고 나면 다른 속 뜻도 알 수 있게되니 그 유래를 알아 보기로 하겠습니다.
수주대토의 유래
배경이 되는 이야기의 출처는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蠹)〉편입니다.
송나라 농부가 있었는데 그가 일하는 밭에는 나무 밑둥이 잘린 그루터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토끼가 달려가다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농부는 밭 가는 일을 그만두고 매일 그루터기 부근에서 토끼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토끼 고기를 얻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다른 토끼가 그루터기로 달려들어 죽는 일이 생기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주 일어나기 힘든 일이죠.
그는 결국 토끼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뿐이죠.
사람이 밭을 갈고 있는데 토끼가 뛰어들었다는 것도 좀 이상하고, 토끼가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었다는 것도 믿기 어렵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가 지어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뭔가 교훈을 이끌어 내기 위한 우화였을 것입니다.
수주대토의 교훈
방금 전에 소개한 이야기는 우화이므로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났는지의 여부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 우화를 통해 한비자(본명은 한비)가 끌러내려고 한 교훈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수주대토는 지킬 수(守), 그루터기 주(株), 기다릴 대(待), 토끼 토(兔)라는 네 글자로 만든 고사성어입니다.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의 뜻입니다.
그런데 토끼를 잡으려면 토끼 사냥을 해야지 그루터기를 지킬 일이 아닙니다. 수주대토는 헛된 일이나 허황된 일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면 안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비는 법치주의를 주장한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法家) 사상가입니다. 세상을 인(仁)·의(義)·예(禮)와 같는 유가(儒家) 사상으로 다스릴 것이 아니라 엄격한 법(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죠.
수주대토를 통해서 한비가 말하고자 한 것은 옛날 방식의 규범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상황에 맞는 사상(법치주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주대토의 숨은 뜻과 사용 예
전국시대의 제후가 세상을 다스리는데 새로운 사상인 법치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수주대토를 통해 말하고자 한 뜻입니다.
유가는 이미 한물간 사상이므로(적어도 한비자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새로운 사상인 법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시점에서는 법가 사상도 유가 사상에 못지 않게 과거의 사상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원래 한비자가 생각했던 수주대토의 속 뜻 보다 더 넓은 의미로 쓰입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을 수주대토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또 아래와 같은 완고함/어리석음/불성실함/우매한 사람을 가리켜 수주대토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 변화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헛된 믿음에 빠져 있는 완고함
- 과거 속에 살며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 새로운 대책이 필요함에도 오래된 대책을 고집하는 불성실함
- 관습을 고집하는 우매함
예를 들어, 허황된 기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빗대어 수주대토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고리타분한 생각에 빠져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나 상황을 수주대토와 같은 사람 또는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수주대토는 과거를 고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각주구검이 주는 교훈과도 비슷합니다.
각주구검 역시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배에 표시하여 검을 찾는다는 뜻이지만, 과거에 기대 새 것을 취하지 못한다는 속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수주대토와 비슷한 고사성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