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은 제어하지 않는 이상 끝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욕심을 채워줄 자원은 언제나 부족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자원의 희소성이라고 표현하죠. 자원의 희소성은 우리로 하여금 선택을 강요합니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소비뿐 아니라 생산의 영역도 비켜가지 않는데요, 희소한 자원 때문에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산의 영역에서 일어날 때 생기는 현상을 압축적으로 알려주는 그림이 바로 생산가능곡선입니다.
생산가능곡선 이란?
생산가능곡선은 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산할 수 있는 생산물들의 조합을 연결한 선입니다. 한 나라가 생산하는 제품은 오로지 2개 뿐이라는 가정을 하죠. 그래야 이해하기가 쉬우니까요.
자원은 인적 자원을 의미할 수도 있고, 물적 자원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둘 다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조리/완전히/최대한 다 쓴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자원을 최대한 사용하긴 하지만 자원 자체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제품(A와 B)을 생산할 때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 A를 더 생산하려면 B를 덜 생산해야 한다.
- 역도 마찬가지. B를 더 생산하려면 A를 덜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상충(trade-off)관계라고 하는데요, 일반 용어로는 선택입니다. B를 더 생산하고 A를 덜 생산한다든지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생산가능곡선이란 영어로는 Production Possibility Frontier(PPF) 또는 Production Possibility Curve(PPC)라고 하는데요,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희소한) 상태에서 그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여 두 제품을 생산할 때 생산 가능한 두 제품 생산량의 조합을 연결한 곡선이 바로 생산가능곡선입니다.
지금까지 말로만 생산가능곡선을 설명했으니 이제는 그래프로 확인할 차례입니다.
일단, 어떤 나라가 비행기와 자동차만 생산하는데,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여 생산할 수 있는 비행기와 자동차의 생산량 조합이 아래 표와 같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비행기 | 자동차 |
---|---|
0 | 2,500 |
100 | 2,450 |
200 | 2,200 |
300 | 1,800 |
400 | 1,200 |
500 | 0 |
비행기를 한 대도 생산하지 않고 모든 자원을 자동차 생산에 쓴다면 자동차는 2,500 대를 생산할 수 있고, 이 상태에서 비행기를 100대 생산한다면, 자동차 생산은 50대를 줄여서 2,450대만 생산해야 하며, 비행기를 추가적으로 100대 더 생산(즉, 총 200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생산 250대를 줄여서 2,200대만 생산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비행기를 총 500대 생산하는 경우에는 자동차 생산은 한 대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위 표에 표시된 비행기와 자동차 생산 조합 6개를 점으로 표시하고 이 여섯 개의 점을 연결하여 그린 것이 생산가능곡선입니다. 보통은 아래 그래프와 같이 바깥쪽으로 볼록한 곡선(아래 그래프는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생산 조합이 많아지면 곡선)이 됩니다.
생산가능곡선이 알려 주는 3가지 경제적 의미
앞에서 가상의 나라가 비행기와 자동차, 두 제품을 생산할 때의 생산량 조합을 가정하여 생산가능곡선을 그려 보았습니다.
그저 생산량 조합을 표현한 것일 뿐지만, 경제학에서 꽤 중요한 사실 3가지를 생산가능곡선은 알려 줍니다.
- 생산의 효율성
- 경제 성장
- 기회비용
1. 효율성과 비효율성
경제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죠. 생산가능곡선 상에 있는 점들은 효율적인 생산량 조합입니다. 왜 효율적이라고 할까요? 아래 그래프에 있는 M점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비행기를 200대와 자동차 1,500대를 생산하는 조합입니다. M점은 비효율적인 조합니다. 왜냐하면 C점과 같이 비행기를 200대 생산하면 자동차는 최대 2,200대까지 생산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위 그래프에서 n점은 효율적이지도 비효율적이지도 않은 조합니다. 생산 불가능한 조합이죠. 비행기를 300대 생산할 때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는 1800대입니다. 비행기 300대와 자동차 2,500대 조합인 n점은 이 나라가 가진 자원과 기술로는 달성할 수 없는 조합입니다.
C점과 D점 그리고 나머지 생산가능곡선 상에 있는 다른 4개의 점은 모두 효율적인 조합, 즉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산할 수 있는 조합들입니다.
2. 생산 영역에서 경제 성장의 의미
앞의 그래프에서 N점은 생산불가능한 조합이었는데요, N점과 같은 조합이 생산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구가 증가하여 노동자 수가 늘어난다든지, 기술이 발달한다든지 하면 생산 능력이 향상됩니다. 그리고 이 경우 생산가능곡선은 아래 이미지에 볼 수 있는 것처럼 바깥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생산할 수 없는 조합도 가능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3. 기회비용, 그리고 기회비용은 일반적으로 체증한다
경제학에서 비용은 거의 대부분 기회비용을 의미합니다. 생산가능곡선에서도 기회비용이 등장하는데요,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생산가능곡선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할 때 A와 B 두 제품만을 생산하는 예를 통해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A를 더 생산하기는 위해서는 B를 덜 생산해야 한다고 한 것을 떠올려 보세요.
A를 더 생산하기 위해서는 B 생산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비행기와 자동차를 생산하는 예를 끌어오면…,
자동차만 2,500대를 생산하던 상태에서 비행기 100를 생산하려면 자동차 50대 생산을 포기해야 합니다. 즉, 비행기 100대를 생산하기 위한 기회비용은 자동차 50대가 되는 겁니다.
(기회비용은 보통 단위당 기회비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방금 전의 예에서 비행기 1대의 기회비용은 자동차 (50÷100=)0.5대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행기 100대의 기회비용이 자동차 50대’ 나 ‘비행기 1대의 기회비용이 0.5대’는 같은 말입니다.)
비행기 100대를 생산하던 상태에서 비행기를 추가적으로 100대를 더 생산해서 총 200대를 생산하려면 자동차 생산은 250대를 포기해야 합니다. 이 경우 비행기 100대의 기회비용은 자동차 250대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생산가능곡선 위에 있는 점에서 비행기 생산 대 수를 늘려가면 포기해야 하는 자동차 생산 대 수는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점점 늘어납니다. 비행기 생산의 기회비용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겁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 체증의 법칙이라고 하는데요, 기회비용 체증의 법칙이 작용하면 생산가능곡선이 아래 그래프처럼 바깥쪽으로 볼록합니다.
위 그래프는 제가 일부러 기회비용이 체증하도록 가상의 생산량 조합을 만들어서 그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기회비용은 체증하는가를 확인해 보아야 할텐데요, 아래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비행기와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자원은 여기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단순화하기 위해 노동자만 있다고 가정하기로 하죠. 그리고 노동자는 숙련 노동자도 있고 초보 노동자도 있다고도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동차만 생산하던 상황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자동차만을 생산했는데요, 이제 비행기도 필요해져서 비행기를 100대 생산하기로 결정했다면 자동차를 생산하던 노동자 일부를 빼내 비행기 생산에 투입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자동차 생산에 대해서 초보인 노동자를 빼내야 할 것입니다. 원래 잘 생산하던 자동차 생산도 가능한 한 최대한 유지를 해야 하니 숙련 노동자는 계속해서 자동차를 생산해야 하겠지요.
이 경우 비행기 생산을 위해 줄여야 자동차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초보 노동자의 생산성은 그리 높지 않으니까요.
이제 비행기를 더 생산하기로 결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동차 생산에서 이전 보다 생산성이 더 높았던 노동자가 비행기를 생산해야 합니다. 줄여야 하는 자동차 대 수는 이전 보다 더 많게 되죠.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실제로도 비행기 생산의 기회비용(줄여야 하는 자동차 대 수)은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산가능곡선이 곡선이 아니라 직선인 경우도 있습니다. 완전 대체제의 생산가능곡선이 그렇고, 비교우위를 설명할 때의 생산가능곡선이 대부분 직선이죠.
비교우위의 경우 생산가능곡선이 직선이 아니라면 설명(또는 분석)이 너무 복잡해 지기 때문에 직선으로 가정합니다만, 곡선이 아니라 직선인 경우에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 하나 있으니 이를 설명하고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직선인 생산가능곡선의 의미
직선인 생산가능곡선과 완전대체재의 생산가능곡선이 모양으 직선으로 같지만 같은 것은 아닙니다. 완전대채재의 생산가능곡선은 아래와 같은 직선인 생산가능곡선의 중간 점(조합)이 없습니다.
완전대체재의 경우는 A를 생산하거나 아니면 B를 생산하는 관계 이기 때문에 Y축의 한 점과 X축의 한 점만 있게 됩니다. 두 점을 연결하면 직선이지만, 아래 그래프와는 달리 X축 상의 점과 Y축 상의 점 사이의 점들이 없습니다.
앞에서 기회비용은 대부분 경우 체증(점정 더 증가)하고, 이 경우 생산가능곡선은 바깥쪽으로 볼록한 곡선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곡선이 아니라 직선인 경우에는 기회비용이 일정합니다. 직선상의 어느 점(조합)에서도 기회비용이 같다는 말입니다.
이제 비교우위와 관련한 생산가능곡선이 대부분 직선이 이유도 명확해졌네요. 비교우위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기회비용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기회비용이 일정하려면 생산가능곡선이 직선이 되어야 하니까요.
요약
- 생산가능곡선(PPF 또는 PPC)은 두 제품을 생산하는 경제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산할 때의 제품 생산량 조합을 연결한 곡선이다.
- 기본적으로 자원의 희소성과 선택(또는 상충관계)의 문제를 표현해 준다.
- 3가지 중요한 의미, 생산의 효율성(또는 비효율성), 경제 성장, 기회비용을 알려준다
- 기회비용은 일반적으로 체증하고 따라서 바깥쪽으로 볼록 하지만, 기회비용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생산가능곡선은 직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