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3가지 중 익숙한 건 인플레이션입니다. 당연하죠, 우리나라는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고, 스태그플레이션은 겪었다고 하기까지는… 좀 애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디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합니다. 사실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건 디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이거든요.
스태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진짜로 올 것인가는 별개 문제로 하고, 일단 그 뜻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이 세가지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고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인플레이션(Inflation) 뜻과 원인, 대비책은?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의미합니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죠. 화폐 가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힘 즉 구매력을 뜻하니까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이자 동시에 화폐 구매력이 떨어지는 경제를 말합니다.
‘전반적인’에 일부러 따옴표를 친 이유는 인플레이션에서 이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기름 값이 오르고 있지만, 다른 생필품 가격은 안정적이라면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자산 가격은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오른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자산 가격은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시기에 하락한 적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금은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인플레이션에도 금 값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플레이션 원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
중앙 정부가 통화 공급을 증가시키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알고 계신가요?
중앙 정부의 통화 공급 증가는 인플레이션과 관계가 없습니다.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모두 중앙 정부의 통화 공급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중앙 정부의 통화 공급 증가는 본원 통화 증가를 의미하는데요, 본원 통화 증가 만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본원 통화는 신용창조(일반 은행이 가계나 기업에 대출 해 주는 것) 과정을 거칩니다.
본원통화를 증가 시켜도 경기 침체 시기에는 신용창조의 크기가 얼마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원통화 증가가 바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본원통화 + 신용창조 입니다.
이 외에도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 pull inflation): 수요가 증가하여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 특정 상품 수요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수요의 증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됩니다.
-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 push inflation): 원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 인상 등의 비용 인상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천연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완성품을 생산하기 위한 재료를 많이 수입하죠. 그래서 환율 변화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환율 인상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참고: 환율 인상 환율 인하 효과
인플레이션 대비의 핵심
현대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은 상수에 가깝습니다. 거의 항상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내일 일에 100%는 없으니 ‘거의 항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1년 후에도 5년 후에도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인플레이션 대비는 현대인이라면 필수 덕목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인플레이션은 화폐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니, 인플레이션 대비의 핵심은 자산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주식·채권 투자와 부동산 확보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대비로 금 투자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은 안전 자산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디플레이션(deflation) 뜻과 의미, 원인과 대비책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반대입니다. 전반적인 물가 하락 현상입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좋은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디플레이션 시기의 전반적인 물가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마치 저축의 역설(모두가 다 저축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가 폭망 하는 현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 움직임이 비슷합니다. 한 두 개의 물가가 하락한다면 좋은 일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경제가 살아 남기 힘들어 집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의 수익이 줄어 듭니다. 수익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할 것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많은 수의 가계 소득이 줄겠지요.
가계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줍니다. 소비가 줄면 기업은 더 위축됩니다. 물가 하락 → 기업 수익 감소 → 실업자 증가 → 가계 소득 감소 → 가계 소비 감소 → 기업 수익 감소. 경제는 헤어 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게다가 전반적인 물가 하락이 지속되면 그렇잖아도 부진한 소비는 더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대부분은 오늘의 소비를 줄일 것입니다.
디플레이션 기대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경제가 침체되는 수렁(악순환)을 경제 용어로 디플레이션 스파이럴(deflation spiral: 디플레이션 소용돌이)이라고 합니다.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전반적인 물가 하락 뿐 아니라 자산 가격도 하락합니다. 인플레이션 시기 자산 가격은 오르는 경향이 있을 뿐 하락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거의 대부분 자산 가격도 하락합니다.
디플레이션 원인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은 미국의 대공황 시기 초기에 일어났습니다. 일본에서도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긴 디플레이션의 늪을 지나고 있습니다.
미국 대공황의 출발점은 1929년 주가 폭락이었습니다. 일본 경제도 디플레이션에 빠진 출발점은 주식시장과 주택 가격 폭락입니다.
두 경우를 보았을 때 디플레이션 원인은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가격 폭락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 폭락을 디플레이션 원인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주가 폭락이나 자산 가격 폭락이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도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종합하면 디플레이션 원인은 자산 가격 하락과 물가 하락이 진행될 때 이를 제어할 적절한 정책의 부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진단한 「불황터널」을 소개한 글에 따르면 박상준 교수는 일본 디플레이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진단합니다.
- 주식과 주택의 엄청난 거품 붕괴
- 디플레이션 ‘기대’ 형성으로 인한 소비위축
- 유동성 함정으로 인한 정책수단의 소진
- 엔고로 인한 원자재 및 천연자원의 수입 물가 하락
- 고령화 시대의 고용-연금 불안으로 소비 위축
- 높은 기업부채 비율(400%)과 부실채권(GDP의 8%)으로 인한 기업의 투자여력 제약
디플레이션 대비, 어떻게 해야 할까?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면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했습니다. 디플레이션 때문에 주택 가격이 하락합니다. 통화량이 감소한 상태라 화폐 가치가 증가합니다. 화폐 가치 증가는 대출에 대한 실질적인 부담이 증가한다는 뜻 입니다.
은행은 만기 연장을 거부합니다. 회사에서는 명예 퇴직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내년에도 회사를 다닐 수 있는지 불안합니다. 만기 연장을 받고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다면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직장인만 디플레이션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건물주도 영향을 받아요. 임대 수익이 줄어 들 것이고, 경기 침체로 공실 발생 가능성도 늘어납니다.
디플레이션 대비는 아마도 디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비책이겠지만, 혹시라도 디플레이션이 온다면 가장 중요한 대비책은 현금성 자산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주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하락이 동반되고 있을 터이니 투자를 하기도 조심 스럽습니다. 차라리 현금성 자산을 잘 모으고 지켰다가 기회를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중에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는 서로 반대되는 특징이 있는 반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인 것도 같고 디플레이션인 것도 같지만 둘 다 아닌 독특한 특징을 갖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높은 수준의 실업률과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실업률이 높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경기 침체와 높은 수준의 물가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난 시기는 두 번의 오일 쇼크를 겪은 1970년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중동 전쟁을 빌미로 OPEC가 석유 수출 제한을 걸자 석유 가격이 심각하게 올랐고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게 되었죠.
그래서 스태그플레션의 원인으로 오일 쇼크와 같은 공급 충격(supply shock)을 들기도 하지만, 이것 만을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른 시기에 있었던 석유 가격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정리된 내용은 없습니다. 대략 공급 충격과 잘못된 통화 정책의 조합이 그 원인이었다라고 대략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을 뿐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대비
스태그플레이션 대비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우선 정부에서 취할 수 있는 뾰족한 대비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상충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실업률 증가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 증가는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입장에서 스태그플레이션 대비는 스태그플레이션 원인이 뭐냐에 대한 답 만큼이나 특별하게 말씀 드릴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그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화폐 구매력이 떨어진 만큼 자산 투자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과 실업률이 높은 만큼 일자리를 잘 지켜야 한다는 상투적인 대비책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네요.
사실 디플레이션 만큼이나 스태그플레이션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긴 합니다.
결론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각각의 뜻과 원인 그리고 대비책까지 살펴 보았는데요, 이 세가지 중에서 인플레이션이 그나마 견딜만하고 나머지 두 개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인 경제 현상입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아직 디플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았고, 스태그플레이션도 1970년대 이후에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시기에 스태그플레이션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기 보다는 외환위기, 금융 위기 여파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물론 물가가 하락하면 디플레이션 우려를 표하고, 경제가 안 좋은데 물가가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를 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모두 물가가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물자지수(CPI)나 생산자물가지수(PPI) 추이를 보고 판단을 하게 되지만, 이 지표만 보고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디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판단하려면 통화량 지표, 고용 지표, GDP 관련 지표 등을 같이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경제가 디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각국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펼쳐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