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약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다. 정확한 진단 없이 처방이 있을 수 없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재무 상태에 대한 진단 없이 어떻게 부(富)를 쌓을 수 있겠는가.
현재의 재무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저축액은 얼마인지 투자액은 얼마인지 빚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하는데, 이 과정은 결국은 순자산을 계산하고 순자산의 증가 추이를 추적하는 것이다.
순자산이란?
돈 걱정 없는 삶을 원한다면 순자산을 늘려야 한다. 순자산이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다. 남의 돈을 내 돈이라 할 수 없으니 순자산은 내가 어떻게 하든 남이 간섭할 수 있는 순전한 내 소유의 자산이다.
기업회계에서 순자산은 장부상 순자산이 있고 청산가치로서의 순자산이 있는데, 청산가치로서의 순자산은 지금 당장 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부채를 청산할 경우 남아 있는 자산이 얼마인가를 의미한다.
가정 경제에서 집중해야 할 순자산은 청산가치로서의 순자산인데, 청산가치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힘들다. 정확한 청산가치는 자산을 다 팔고 부채를 다 갚았을 때야 계산할 수 있는 것인데, 실제로 청산을 하는 것은 아니니 자산을 판다면 얼마일까라는 추측을 포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측은 정확성과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
어쨌든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인데, 이것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은 포함시키고 어떤 것은 빼야 하는 가라는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개념은 간단하지만 계산과정에서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약각의 지식이 필요하다.
순자산 계산 하는 법
순자산 계산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일정 시점을 정해 순자산을 계산하고 이렇게 계산된 각 시점의 순자산을 비교하여 순자산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예컨대 작년 1월 1일의 순자산과 올해 1월 1일의 순자산을 비교하여 1년 동안 얼마나 순자산이 늘어 나는가를 보는 것이다.
순자산을 계산하려면 세 단계를 거치면 된다.
- 자산 리스트를 작성하여 합계를 구하고,
- 대출 리스트를 작성하여 합계를 구한 후,
- 1번 합계액에서 2번 합계액을 빼면 그것이 바로 순자산이다.
자산에 표함 시킬 수 있는 것은 현금, 적금, 예금, 펀드 또는 주식에 투자한 원금 + 펑가차익(또는 – 평가손실액), 내 집 시가 또는 전·월세 보증금, 자동차 중고시세 등과 같이 바로 현금화 할 수 있거나 팔아서 현금화 할 수 있는 것 들이다.
그런데, 원래 의미의 순자산에는 당연히 내집(또는 전세보증금), 자동차(중고시세)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지만, 가정 경제 순자산 계산에서는 포함 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본인이 부동산을 사고 파는 업자가 아니고 중고차 딜러가 아닌 이상 이것들이 자신의 부(富)를 쌓아 가는 중요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투자 평가차익 또는 평가손실은 경기 상황에 따라 또 시간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기 때문에 투자 원금과 투자 평가차익(또는 평가손실)을 따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대출 리스트 또는 부채 리스트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학자금 대출 잔금, 신용할부 잔액, 현금서비스 잔액, 주택마련 대출 잔금, 전세대출 잔액 등 원래의 대출 원금이 아니라 현재 남아 있는 대출 원금이다.
자 이제 아래 예를 통해 순자산을 계산해 보자.
예를 들어, 현금 1,000,000원 월급통장 잔고 5,000,000원, CMA 잔고 3,000,000, 적금 불입액 2,200,000원, 펀드 투자 원금 10,000,000원과 펀드 평가 차익 1,500,000원, 전세보증금 50,000,000원, 자가용(중고시세) 5,000,000원, 학자금 대출 잔액 15,000,000원, 자동차 할부 원금 잔액 3,000,000원, 신용카드 할부금 잔액 1,500,000원, 전세대출잔금 10,000,000원 인 상황을 가정하여 순자산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연소득(만원) | DTI60% 일때 원리금(만원) | 대출한도(만원) |
---|---|---|
2,000 | 1,200 | 17,290 |
3,000 | 1,800 | 25,930 |
4,000 | 2,400 | 34,570 |
5,000 | 3,000 | 43,220 |
6,000 | 3,600 | 51,860 |
자산 합계 77,700,000원에서 부채 합계 29,500,000원을 빼면 순자산은 48,200,000원이다. 표를 위와 같이 작성한 이유는 순자산 계산 표를 위와 같이 작성하면 이것이 바로 대차대조표이기 때문이다. 즉 위와 같이 순자산 계산 표를 작성하면 대차대조표도 작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순자산 48,200,000원에는 거품이 있다. 전세보증금, 자가용, 펀드 평가차익을 고려하지 않은 자산 합계액은 21,200,000원이고 여기에서 부채 29,500,000원을 빼면 순자산은 -8,300,000 (순손실 8,300,000원)이 된다.
전세보증금과 자가용을 뺀 만큼 관련 부채를 빼고 계산하면 (이를 유동성 순자산이라고 하자) 21,200,000- 16,500,000=4,700,000으로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열심히 일해서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그리고 투자 원금을 늘리고 부채를 줄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위 예에서 원래의 순자산을 계산하면 48,200,000원으로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유동성 자산과 유동성 부채만을 가지고 계산한 유동성 순자산은 4,700,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순자산 계산은 백지에 손으로 직접 작성할 수도 있고, 엑셀과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복식부기 가계부 후잉을 추천한다. 후잉으로 가계부를 작성하면 순자산은 자동으로 계산 되고 특정 시점의 순자산을 따로 기록해 두지 않아도 쉽게 조회하여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잉은 유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약간의 제한이 있는 무료 후잉을 이용해도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결론: 저축 증가 보다 순자산 증가에 집중
최소한 1년에 한번은 순자산을 계산하는 것을 권한다. (후잉을 이용한다면 가계부 작성에 집중하면 아무 시점에서나 자동으로 계산된 순자산을 볼 수 있어 좋다.)
처음으로 순자산을 계산한다면 비교할 대상이 없지만, 순자산 계산을 (최소한 1년에 한 번 이상) 계속하면 순자산이 얼마나 늘어 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저축이나 투자 증가액 만을 추적하는 것은 실제로 부(富)가 증가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는데, 부채(대출)의 증가 또는 감소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저축이나 투자 증가가 아니라 순자산 증가다.
앞에서 본 것처럼 순자산 계산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후잉과 같은 복식부기 가계부를 이용하면 아예 자동으로 작성되기도 한다.
재테크를 제대로 하는 비결은 현재의 재무상태를 잘 파악하여 늘릴 것은 늘리고 줄인 것은 줄이는 것인데, 현재 재무상태 파악에 순자산 개념을 활용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