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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넘 효과, ‘그건 내 얘긴데…’ 라는 착각의 심리

심리 테스트 결과 치고 나에게 맞지 않는 결과는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는 바넘 효과(barnum effect) 때문입니다.

바넘 효과란 누구에게나 맞는 분석이지만 나에게만 맞는 분석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심리 효과 입니다. 바넘 효과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는 많습니다. 이 중 몇 가지만 살펴 봄으로써 바넘 효과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회피할 수 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바넘 효과, Barnum Effect

목차:

바넘 효과 사례 3가지

혈액형 성격이 정말로 사람 성격을 잘 구분한다고 믿거나, 별자리 운세를 믿는다거나, 점쟁이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믿는 정도는 다르긴 합니다. 안믿는 사람들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솔깃하며 한 번 정도는 곱씹어 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원래 그런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례 #1: 혈액형 성격론과 바넘 효과

누구나 어느 정도는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A형은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B형은 호기심 많고 자기중심적이다. O형은 털털하지만 욱하는 성격이 있고, AB형은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자유를 추구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외향적인 사람도 내성적인 때가 있고, 털털하지만 소심한 성격을 가질 수 있으며, 냉정하고 이성적이지만 사람은 누구가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인 법니다.

A형이지만 외향적인 사람이 없을리 없고, 호기심이 많지만 그 사람의 혈액은 A형일 수도 있고 O형일 수도 있습니다. 혈액형 별 성격 설명은 사실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특징을 적당하게 배분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특징을 나열해 놓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이 가진 특징을 찾아내 자신에게만 맞는 설명이라고 믿게 됩니다. 혈액형 성격이 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혈액형 성격에 맞는 특징을 찾는 거죠.

따라서 의도 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혈액형 성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넘 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례 #2: 점성술 또는 별자리 운세

일본이나 우리나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실 혈액형 성격을 잘 믿지 않습니다. 대신 점성술이나 별자리 운세를 믿죠.

90%가 넘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별자리를 알고 있고, 그 중 반 이상은 별자리 운세에서 충고하는 내용을 믿는다고 합니다.

“마음과 귀를 열어 두라.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다.”
“목성과 토성이 일렬로 보이는 시기가 되니 당신의 인간관계에 잠깐 어려운 시기가 올 수 있지만 당신이 사랑하게 될 새로운 관계가 등장할 수 있다.”

별자리 운세의 특징은 모호하게 일반적이고 긍정적인 미래를 점치기도 하지만 약간의 부정적 요소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약간의 부정적 전망은 메시지 전체에 대한 믿음을 더 크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모호하거나 일반적인 메시지를 나를 위한 메시지로 받아 들이는 것도 바넘 효과 때문입니다.

사례 #3: 소름 돋게 잘 맞추는 역술인

점을 보러 가는 사람이나 점쟁이가 하는 조언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비이성적인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이성적인 사람도 어떤 역술인이 자신의 과거나 성격 또는 인간관계에서의 고민을 잘 맞추는 경험을 한다면 역술에 대해 믿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더 나아가서 나의 과거를 잘 맞추니 나의 미래도 잘 맞출 것이다. 내 성격을 나보다 잘 들여다 보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말해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역술인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능력 있는 역술인이 어느 정도 맞는 구석이 있는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말을 내게만 맞는, 나만을 위해 주는 조언이라고 믿는 것이고 이런 경향을 갖게 하는 것을 설명하는 효과가 바로 바넘 효과입니다.

지금까지 바넘 효과 사례 3가지를 살펴보았는데요, 주변을 살펴보면 더 많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기꾼들이 쓰는 수법에 활용되기도 하고 광고나 인터넷 서비스에서도 활용하기도 하니까요.

바넘 효과의 유래

바넘 효과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미국 심리학자 폴 밀(Paul Meehl)인데요, 당시 심리 상담사들을 비판하면서 바넘 효과란 용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1956년 무렵 일부 심리치료사와 심리학자들이 상담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애매한 심리 평가를 함으로써 상담자들을 속이는 수법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폴 밀은 이런 수법이 서커스 흥행업자이자 정치가이기도 했으며 사기꾼이란 평가를 받던 바넘(P.T Barnum)의 수법과 비슷하고 비판합니다. 바넘 효과란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입니다.

이후 바넘효과(Barnum Effect)는 심리학자 포러(Bertram Forer)에 의해 정교화됩니다.

포러는 학생을 대상으로 성격 테스트를 하면서 테스트 후 개별적으로 평가된 성격/심리 결과를 통보해 주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거짓말이었죠. 바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에 참가한 학생들을 일부러 속인 것이었습니다.

성격/심리 테스트 자체는 제대로 된 테스트였지만, 개별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개별적인 평가가 아니라 참가한 학생 모두에게 똑같은 평가 결과를 준 것입니다. 물론 학생들은 자신이 다른 학생과 같은 결과지를 받았다는 것은 숨긴 채 말입니다.

포러 박사가 알고 싶었던 것은 동일한 결과지이지만 이를 개인화된 결과지라고 믿는 테스트 참가자는 평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테스트 참가자들은 평가 내용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포러 박사의 트릭을 알아 채고 평가 내용은 너무 일반적이라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했을까요?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평가 결과는 5점 만점에 평균 4.3이었으니까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평가 결과가 자신의 심리 또는 성격을 잘 설명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자신에게만 맞는 결과가 아닌 참가 학생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 평가 결과를 받았음에도 자신에게만 잘 맞는 평가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바넘 효과란?

앞서 살펴본 사례와 포러 교수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바넘 효과는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이어서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성격이나 심리 분석이지만 그 분석을 받는 당사자는 자신에게만 딱 들어맞는 분석이라고 믿는 효과.

포러 교수가 학생들에게 보낸 평가 결과 중 일부는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당신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기를 원하고 존경받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스스로에게 비판적인 경향이 있다.
  • 당신은 자기통제를 잘 하지만 내면적으론 걱정도 있고 불안한 점도 있다.
  • 당신은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으며 사회성도 있지만 때때로 내향적이고 주의깊으며 과묵해진다.

위와 같은 평가 결과를 받는다면 내 성격과 다르다고 부정하기에는 뭔가 애매하지 않나요? 대부분의 경우 ‘ 내 성격을 꽤 잘 설명했네…’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일반적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만한 설명을 듣고 나에게 잘 들어맞는 설명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넘 효과는 아래와 같은 두가지 경우에 특히 더 강하게 일어납니다.

  • 설명하는 사람이 인정 받는 권위자인 경우,
  • 설명문(또는 분석 결과)인 긍정적인 경우.

바넘 효과를 잘 이용하는 사람은 가끔 부정적인 요소를 곁들이기도 하는데요, 이때 부정적 요소는 긍정적 요소를 더 강하게 부각하기 위한 양념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포러 교수의 결과지 중 ‘내면적으로 걱정도 있고 불안한 점도 있다.’는 설명문은 그 앞 구절 ‘당신은 자기통제를 잘 한다’는 평가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바넘 효과의 희생양이 되는 않는 법

혈액형 성격을 약간 믿어 보는 것이나 점쟁이의 긍정적 전망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은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과하게 믿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죠.

그러나 바넘 효과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기꾼의 농간에 넘어가거나 나를 알고 추천하는 듯한 광고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바넘 효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아래 3가지를 기억하세요.

  1. 설명하는(또는 분석하는) 사람의 권위를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2. 나를 규정하는 설명이 일반적이어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특히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애매모호한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살짝 부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나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설명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