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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엄 이란?

모라토리엄(moratorium)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지체하다’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뭔가를 늦추거나 유예(猶豫)할 때 사용됩니다.

목차:

모라토리엄 이란 무엇인가?

모라토리엄이란 무엇인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다.’처럼 모라토리엄이 상징하는 어떤 행동(주로 뭔가를 하지 않는 행동)을 할 것을 선언하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향후 일정 시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상환을 하지 않겠다.’, ‘당분간 이자 상환을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모라토리엄 선언입니다. 경제 용어로서의 모라토리엄은 주로 ‘부채나 이자 상환을 일정 기간 동안 하지 않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모라토리엄은 경제 영역에서만 쓰이는 용어는 아닙니다. 때로는 북한의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폐기 시사라는 기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치적인 영역에서도 사용되죠.

또한 모라토리엄은 사회 심리학 영역에서도 사용되는데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었음에도 아직 자신은 준비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유형의 사람을 모라토리엄 인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라토리엄을 경제 용어라고 못 박을 수는 없습니다. ‘뭔가를 유예’ 하거나, ‘어떤 행동을 일정 기간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면 어느 영역에서든 쓸 수 있는 겁니다. 다만, 경제 용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경제 용어로서의 모라토리엄은 어떤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이 바닥을 드러내거나, 오랜 기간 동안 무역 적자 누적 등의 이유로 인해 한 나라의 경제가 외채를 갚는 것이 불가능해졌을 때 일정 기간 채무 이행을 연기 하는 것입니다.

아, 여기서 한가지 더 고려해야할 문제가 있는데요, 모라토리엄 선언은 누가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모라토리엄 선언을 할 수 있는 주체는 꼭 국가 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 정부도 할 수 있고, 기업도 가능하고 개인도 가능하죠.

그러나, 보통은 국가, 중앙 정부, 또는 지방 정부가 일정 기간 동안 채무 불이행 선언을 하는 것을 모라토리엄 범위에 포함시킵니다. 개인이나 기업의 경우 개인 회생이나 워크아웃 또는 기업 회생 등의 절차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 용어로서의 모라토리엄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국가나 지방 정부의 경제가 망가져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대외적으로 채무 상환을 일정 시점까지 하지 않겠다고 선언 하는 것.

모라토리엄과 디폴트의 차이

모라토리엄과 헷갈리지 말아야 할 용어는 디폴트(Default)입니다.

디폴트 역시 모라토리엄처럼 경제 용어로서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서비스나 소프트웨어에서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에 일부러 따로 선택하지 않을 때 기본으로 정해지는 선택지를 디폴트(기본 옵션)라고 하죠.

경제 용어로서의 디폴트는 ‘기본 옵션’이라는 뜻과는 달리 쓰이는데요, 바로 채무불이행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보통은 ‘디폴트 선언을 하다.’라는 식으로 표현하죠.

어떤 나라가 디폴트를 선언했다면, 이는 대외적으로 외채를 상환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모라토리엄은 디폴트와 비슷한 용어인 것 같습니다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모라토리엄이 디폴트와 다른 점은 디폴트는 ‘부채를 상환하지 않겠다.’라고 선언 하는 것이지만, 모라토리엄은 여기에 단서를 붙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당분간, 일정 시점까지 등과 같이 유예 기간을 붙입니다.

따라서 모라토리엄은 디폴트 보다는 좀 약한 선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라토리엄 선언 자체가 이미 정상적인 선을 넘은 것은 분명합니다.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는 어떻게 되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채권국 또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난리가 난 것입니다. 돈을 떼이게 생겼으니까요. 그러나, 채무국 또는 채무가 있는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채무 이행을 완전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니 협상의 여지는 있는 셈입니다.

채무가 있는 나라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나면 채권국 또는 채권자 집단과 협상에 들어갑니다. 협상을 통해, 채무 삭감이 이루어지고, 언제까지 지불 유예를 인정할 것인가 등이 결정됩니다.

협상 결과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나라나 정부의 경제 상황과 협상력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아무래도 채권자 집단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채권자 집단이 채무 상환과 관련된 계획만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되었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주체가 경제를 회생시켜야 자신들의 돈을 돌려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경제 회생 계획을 같이 검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라토리엄 vs. IMF 구제금융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것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IMF 구제금융의 목적은 구제금융을 실시함으로써 모라토리엄 선언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IMF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이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상황이나 경제가 망가졌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상황이지만, IMF 구제금융은 어디서도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IMF가 돈을 빌려 주는 구세주(?) 역할을 한다는 차이죠. IMF가 이러한 역할을 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한 주체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는 상황을 피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IMF가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빌려 줄 리는 없습니다. 여러 가지 거의 강제적인 조건(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의 자유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을 요구하는 법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대신 IMF 구제금융을 받았죠. 이를 통해 외환 위기는 극복했지만, 당시 IMF는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비정규직 문제나 소득 양극화 심화 문제를 겪게된 출발점도 IMF 구제금융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모라토리엄 사례

마지막으로 모라토리엄 사례 몇 가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여러 사례가 있는데요, 모라토리엄 선언 후 경제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있고, 1980년대 초 남미 국가처럼 모라토리엄 선언 후 10년이 지나도 회복하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여기서 모든 사례를 살펴 볼 수는 없어서, 몇 가지 사례만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후버 모라토리엄

대공황이 진행중이던 1931년 6월, 당시 미국 31대 대통령이었던 후버(Herbert Clark Hoover) 대통령은 미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서로 전쟁배상금과 국가간 부채 상환을 유예하자는 모라토리엄 제안을 합니다. 제안자의 이름을 따서 이를 후버 모라토리엄이라고도 부릅니다.

독일은 연합국에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고,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대해 전쟁 부채를 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약간의 반대가 있었지만, 유럽 지역 국가의 동의를 얻어 약 1년 정도 채무 지불 유예가 실행됩니다.

그러나 후버 모라토리엄의 결과가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것 만은 아닙니다. 후버 모라토리엄 이후에도 세계 경제 공황은 심화되었으니까요.

1998년 러시아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였던 시점과 비슷한 시점인 1998년 러시아도 외환위기를 겪습니다.

러시아 경제는 자원 수출 비중이 큰 나라인데 유가 하락으로인해 경상 수지 적자가 쌓이게 되고 달러 유출 현상까지 겹치자 외채 상환을 할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러시아 대통령 옐친은 1998년 8월에 90일 간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습니다.

러시아가 달러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월가의 음모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997년 말레이시아

1997년 즈음에서 태국 발 외환 위기는 주변 동남아시아 국으로 확산됩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더불어 말레이시아도 외환 위기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동남 아시아권의 외환 위기는 우리나라에까지 여파가 미쳤던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나 여타 동남아 국가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말레이시아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합니다.

IMF는 말레이시아가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지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1999년 4월 말레이시아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IMF의 권고에 따르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외환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 받습니다.

2010년 성남

2010년 성남 시장으로 당선된 당시 이재명 시장은 전(前)임 시장으로부터 물려 받은 6,600여억 원의 부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합니다.

이후 착실하게 재정을 확보하면서 부채를 해결하여 2018년 초에는 실질적인 ‘채무 제로’ 시(市)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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